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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의 한 수: 귀수편’ 리건 감독, 관객이 궁금한 13가지 ‘공개’
“‘귀수’와 닮은 듯한 내 모습, 도장 깨기 형식으로 풀고 싶었다”
“권상우, 그리고 관객들 의아해했던 그 장면…이런 이유 때문”
2019-11-18 00:00:00 2019-11-1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의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무려 45세에 장편 연출 데뷔를 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나이다. 이유가 있었다. 2006년 장률 감독의 장편 경계조감독으로 참여해 몽골 현지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그때 건강이 나빠졌다. 하지만 영화 현장 일이란 게 그렇다. 건강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불가분하게 현장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상황이 왔다. 그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복귀를 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이미 실력파 후배들이 데뷔를 하고 있었다. 40대 중반의 그에겐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버텼다. 버티면 답이 나올 듯 했다. 3D영화를 하면서 현장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인연이 있던 한 프로듀서가 시나리오 한 편을 건냈다. 마음을 빼앗겼다. 꼭 자신의 얘기 같았단다. 제작사 대표를 만났다. 그는 대표에게 자신의 플랜을 전했다. 그렇게 제작사 대표와 시나리오 작가와 함께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수정되고 업그레이드를 거듭했다. 3년이 지난 뒤 2019 11월 그 영화는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흥행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그리고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이다.
 
리건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장편 데뷔작으로 흥행한 영화의 스핀오프 스토리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의아했다
저의 얘기라고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애착이 생겼었나 봐요. 2015신의 한 수: 사활편을 쓴 유성협 작가님과 만나 저의 얘기만 했죠. 어떻게 살아왔나.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삶과 귀수의 삶이 좀 비슷한 느낌이 있었나 봐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작가님이 이제 원하시는 방향대로 고쳐 보죠하셨죠. 그때의 시나리오는 지금의 영화 버전과는 좀 많이 달랐어요. 전 이걸 단순한 도장깨기 형식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씀 드렸고.”
 
-전편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캐릭터 잔치다. 누구 하나 빼놓고 버리기 아까운 캐릭터들이 많다.
제작사 대표님도 그랬고, 작가님도 그렇고 제 생각도 그렇고. 각각의 인물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물론 다음에는 더 실력 있는 감독님이 나서야겠죠. 가장 유력한 스핀오프 캐릭터를 꼽자면 저 개인적으론 외톨이가 되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시면 굉장히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 캐릭터에요.”
 
-지금에서야 워낙 잘해줬지만, 권상우의 주연 캐스팅은 데뷔 감독으로선 위험성이 가장 큰 도박이었다.
주변의 우려? 정말 많이 들었죠(웃음). 우선 제가 이 영화에 대한 절실함이 컸어요. 그리고 이 영화에는 절실함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죠. 전 평소 권상우란 배우의 눈에 서정성이 있다고 봤죠. 그리고 뭔가 절실함도 갖고 있다고 느꼈어요. ‘귀수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건 제가 정한 원칙이었죠. 여기에 액션도 아주 잘해야 했어요. 이런 조건에 맞는 배우는 권상우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고 봤습니다. 물론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죠. 첫 미팅에서 딱 5분 만에 난 재고 이런 것 못한다. 진짜 잘하겠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납니다(웃음). 그때 권상우에게서 극심한 목마름도 느꼈죠.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건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모두가 잘했지만 정말 눈에 띄는 배우 한 명을 꼽자면 장성무당역의 배우 원현준이다.
“’장성무당은 이번 스토리의 문지기 역할이었죠.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는 캐릭터에요. 그건 일종의 판타지라고 해석했습니다. 이걸 전면에 배치해 관객들을 판타지 세계로 끌고 가는 문지기이자 안내자로 설정했죠. 원현준 배우는 내 사수인 곽경택 감독에게 소개 받았습니다. 곽 감독님이 재미있는 놈이 있다. 한 번 볼래?’ 하시더라고요. 원현준이 암수살인에서 마약 중독자로 1분 정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장성무당역이 제일 캐스팅이 어려웠어요. 국내에서 쎈 느낌의 배우는 모두 거론됐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모든 배우들이 다 거론됐으니(웃음).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저하고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수줍음이 많더라고요. ‘이거 될까싶었는데 저와 딱 1초 눈에 마주쳤죠. 그때 그 눈빛이 순간적으로 너무 가슴에 꽂혔어요. 오디션도 안보고 돌려보내고 결정했습니다.”
 
-도장깨기 형식이라고 말했는데, 각각의 대결에 개연성이라고 할까. 앞뒤 맥락이 생략된 대결 형식을 지적하는 관객들도 많다.
결과적으로 편집에서 잘려 나간 지점들이에요. 사실 각각의 대결은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장성무당은 누나의 그리움에 대한 극복, 두 번째 부산잡초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극복, 그리고 마지막 외톨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극복, 거울 같은 대결이 콘셉트였죠. 특히 부산잡초와의 철길 대결은 사연이 있습니다. 원래 귀수의 아버지 분량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편집에서 모두 들어냈어요. 귀수 아버지가 철길에서 살해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잡초와 철길 대결을 펼치는 것이죠. ‘귀수 아버지역으로 나온 조운 배우에게 너무 미안해요.”
 
-편집에서 아쉽게 잘라낸 부분이 많을 것 같다.
너무 많았죠. ‘귀수 아버지부분도 그렇지만 상영 버전과 달리 실제 편집본에선 귀수아역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전체적으로 편집본이 2시간 좀 넘는 분량이었는데, 아역 부분이 더 들어가면 좀 더 매끄럽겠다 싶긴 했어요.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잘라 냈죠(웃음). 아역 부분에 집중을 하면 원래 귀수편이 담고 있어야 할 정서에서 힘이 빠질 듯 했기에 들어냈죠. 허일도 부분도 마찬가지였어요. 특히 허일도 부분은 전체적으로 배분하기가 정말 만만치 않았죠.”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1편은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 수: 사활편은 바둑이 소재이지만 액션이 모든 것을 매조지 했다. 반면 이번 귀수편은 액션이 소재이고, 바둑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형식이다.
맞습니다. 우선 이번 영화를 시작할 때, 자존심이기도 했죠. ‘바둑으로 모든 걸 끝내자라고 명확한 가이드를 설정하고 출발했으니. 그래서 모든 중심이 바둑이었습니다. 먼저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영화 속 색깔에 맞게 바둑 실력을 맞춰서 숙지를 시켰죠.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기보는 실제 프로 기사님이 만들어 주셨어요. 마지막 황사범과의 대결에 등장하는 기보는 만드는 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웃음). 진짜 바둑 하나 만큼은 완벽하게 들어가게 만들고 싶었죠. ‘귀수편은 모든 게 정면 승부 콘셉트에요. 무림 최고수가 악인에게 선사하는 응징이랄까. 최고수에게 비겁한 술수는 필요 없다고 봤죠. 바둑 하나로 모든 것을 무릎 꿇리게 하는. 악인들도 또 그것에 순응하고. 사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되게 정직한 승부들이에요(웃음)”
 
-별의 별 희한한 바둑들이 등장한다. 이런 게 실제 존재를 하는 것인가.
그럼요(웃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바둑은 전부 실제로 존재하는 바둑들입니다. ‘장성무당과의 일색바둑, ‘외톨이와의 사석 바둑, ‘부산잡초와의 초속기 바둑. 모두 존재하죠. ‘귀수의 맹기 바둑도 실제로 있습니다. 물론 프로 바둑 기사님들도 맹기 바둑 120~150수까지는 가능하다고 하세요. 그 이상은 거의 불가능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의외로 이 영화 속 대국 중에 판타지 같은 설정이라면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1 100 ‘다면기 대국이죠. 이건 특급 프로 기사님들도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신 장면이에요. 물론 가능은 하지만 체력적으로 불가능한 대국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일반인 상대로도 불가능한데, 영화에선 프로기사 100명이 상대잖아요(웃음)
 
리건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에서 4 1패 전적을 낸 몇 년 전 대국이 있었다. 비슷한 소재가 이번 영화에 들어갈 뻔했다고 하던데.
하하하.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인공지능이 아니라 수십만권의 기보를 모두 외우고 두는 알파고 같은 인물을 최종 보스로 등장 시키려 했죠. 귀수 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하지만 결과적으로 뺐어요. 그런데 1년 정도 뒤 실제로 알파고가 등장해 좀 놀리긴 했어요.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의 문외한으로 질문을 하자면 부산잡초‘3점만 깔면 신의 와도 못이기지란 대사. 바둑에선 실제로 그런가. 겨우 바둑돌 3개인데.
저도 바둑은 둘 줄은 알아요(웃음). 어린 시절 아버지 그리고 형님이 주말에 한 판 두자하시면 앉아서 두는 정도였죠. 프로 기사님 말씀으론 바둑에선 돌 하나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반집승이런 말 들어 보셨죠(웃음). 쉽게 말하면 이런 거죠. 축구 경기에서 3골 먼저 먹고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쉽게 이해가 가시겠죠.”
 
-이번 영화에서 혹시 아쉬운 점은 없나. 절치부심을 하며 만든 데뷔작인데.
만든 사람 입장에서 공들여 찍지 않은 장면이 없을 리가 있을까요. 최종적으로 편집 분량에서 상영 버전으로 넘어가면서 20여분 정도를 잘라냈죠. 정말 이번 영화가 잘돼서 감독판같은 걸 선보일 기회가 온다면 그 20여분을 공개하고 싶긴 하죠. 반대로 솔직히 지금 심정은 그냥 아쉬운 건 아쉬운 대로 가슴에 남기고 간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이번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게 제일 큰 소망입니다.”
 
리건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충무로에서 흔치 않은 바둑 세계관이다. 잘 된다면 또 다른 스핀오프 연출 도전도 가능할까.
살짝 언급을 하자면 제작사와 또 여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영화가 잘될 경우 또 다른 스핀오프 주인공으로 외톨이를 거론하기도 했었죠. 저도 외톨이스토리가 제일 흥미로울 것 같고. 글쎄요. 또 다른 스핀오프 연출? 그건 다른 감독님이 다른 색깔로 신의 한 수세계관을 칠하는 게 맞을 듯 싶습니다. 제 역할은 이 세계관의 확장이었고. 제 역량 안에선 최선을 다 했다고 봅니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은 있는가
알파고 얘기를 아까 했는데(웃음). AI에 대한 얘기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알파고는 아닙니다. 하하하.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 깊게 들어간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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