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할 때만 적용"…검찰 '아전인수식' 공개금지 규정 비판
법조계 "유리한 정보만 전달" 지적…"진실 호도하는 공작"
입력 : 2019-12-09 15:19:20 수정 : 2019-12-09 15:19:2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검찰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여전히 수사 상황을 유출하는 행태를 지적하면서 이를 공작 수준의 정치 행위란 강한 비판도 제기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진술, 유재수 전 부시장의 텔레그램 대화 수사, 숨진 검찰 수사관의 유서 내용 등 이른바 '검찰발'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사건 관계인의 소환과 진술 내용 등 이달부터 시행 중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수사 상황을 담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에서 나오는 얘기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수사 상황을 흘리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자신들이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외부로 보내주는 형식"이라며 "그것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기관도 이를 취재 활동이라고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직원들이 지난 6일 오후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된 비위 첩보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알려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실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품을 들고 시청 로비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등 검찰에 불리한 일부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상황을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며 "반대로 검찰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로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일부 수사 대상자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다는 식으로 흘리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수사에 대해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호도하는 수준의 공작을 벌이고 있고,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내용이 특정 언론사에서 보도됐다"며 "브리핑 방식도 아닌데,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나온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안 소장은 "(사건 관계인 소환 비공개 등)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시해 마련한 방안도 지켜지지 않는다"며 "실제로 진술했는지 모르는, 팩트로 보기도 어려운 내용을 언론이 받아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박형철 비서관이 김기현 전 시장 측근에 대한 비위 첩보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전달받고,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도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 백 비서관과 등 3명의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란 내용이 보도됐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4일 청와대 연풍문 앞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유 전 부시장이 텔레그램으로 청와대 등 여권 핵심 관계자들과 금융위원회 인사를 논의한 대화 내용도 검찰이 확인 중이란 내용의 보도도 나왔다. 이 대화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주 검찰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경수 지사 측은 "지난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은 사실이 아니란 점을 밝히고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남도 내부에서는 김 지사의 출석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이란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시장 수사 과정에서 숨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 검찰 수사관에 대한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검찰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왜곡 보도로 고인을 욕되게 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부터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 중에는 혐의사실, 수사 상황을 비롯해 형사사건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다. 대검은 지난 10월 초 사건 관계인 소환 사실을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도록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고, 이번 규정 개정에 맞춰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예규)을 제정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은 각각 김 전 시장 사건과 유 전 부시장 사건을 제한적으로만 공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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