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방송 결산①)공효진-유준상-김해숙, KBS의 행복한 연기대상 고민
입력 : 2019-12-14 06:00:00 수정 : 2019-12-14 06:00:00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KBS가 고민에 빠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골치' 아픈 고민이었다면, 이번엔 '행복'한 고민이다. 오랜만에 명분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를 걸출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대중들은 대상의 주인공이 공효진, 김해숙, 유준상 중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간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일일극이나 주말극에선 강세였다. 문제는 월화극과 수목극. 지난해 KBS는 '라디오 로맨스', '추리의 여왕2', '우리가 만난 기적', '슈츠', '죽어도 좋아', '너도 인간이니?' 등 다양한 월화 및 수목 드라마를 편성했지만, 시청률 10%를 넘기기는커녕 화제성도 얻지 못했다.
 
주말극이나 일일극은 어땠을까? '인형의 집'은 최고 19.5%, '같이 살래요'는 38.8%, '하나뿐인 내편'은 48.5%에 달했다. 자극적인 스토리와 클리셰로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이목은 사로잡았다. 그러나 정작 SNS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화제가 되지 않아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웹드라마, VOD, OTT가 발달하며 젊은 층들은 같은 시간대에 질 좋고 퀄리티 있는 작품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유준상-김해숙-공효진. 사진/뉴시스
 
공영방송인 KBS에게는 많은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의 선택은 '같이 살래요' 유동근, '우리가 만난 기적' 김영민의 공동 수상. 각각 주말극과 월화극에 준 셈인데, 모두가 예상하던 결말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겐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KBS 연기대상은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김해숙, 수목극 '왜 그래 풍상씨' 유준상,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선보인 공동수상이 아니라면, 셋 중에 상을 거머쥘 사람은 한 명. 과연 상을 가져갈 사람은 누가 될까?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스틸. 사진/KBS

노장의 저력을 과시하다…'콘크리트 시청층'의 김해숙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은 2019년 KBS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백꽃 필 무렵'(23.8%)과 '왜그래 풍상씨'(22.7%)와 거의 10% 이상 차이 나는 35.9%를 기록했다. 전작 '하나뿐인 내편'(49.4%)보다는 13.9% 낮았지만, 최소한 주말드라마로서의 자존심은 지켰다.
 
김해숙은 극중 헌신적인 엄마로 등장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퍼주는 모습은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전례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친딸이 아닌 딸에게도 애정을 쏟아붓는 모습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기 충분했다. 가장 심금을 울린 것은 김해숙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 오랜만에 모두 모인 딸들과 같은 방에서 마지막으로 잠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눈물 치트키'.
 
김해숙의 이런 모습은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췄다. 자신의 생명이 위독한 와중에도 딸들이 밥 한 끼라도 굶으면 금방이라도 상다리가 휘어지게 밥을 해줄 것 같은 이미지랄까. '엄마'라는 원초적인 주제를 잘 다룬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김해숙의 연기력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왜그래 풍상씨' 스틸. 사진/KBS

'눈물길'만 걸었던 짠내 캐릭터…'동정심 유발'의 유준상
 
'왜그래 풍상씨'의 플롯만 듣고 있으면 쌍팔년도 감성 드라마일 수 있다. 철없는 동생들의 뒤치다꺼리를 치우기 위해 각종 사건 사고에 뛰어드는 '동생 바보' 큰형. 그러다 간암 투병까지 겪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눈물 치트키'다.
 
이렇게 뻔하디뻔한 스토리는 당연히 초중반에 삐걱거릴 수밖에 없었다. "전개가 답답하다", "캐릭터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문영남 작가 특유의 '막장 필력'이 미니시리즈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풍상씨'는 그 모든 고비를 넘고 마지막 회를 깔끔하게 마무리지어 호평을 받았다.
 
유준상은 중년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생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행복보다는 돈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에 '간암'이라는 클리셰를 집어넣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실제 유준상은 "지나가던 일반인 분이 '간 내가 주겠다'는 말을 하더라"고 했을 정도. 하지만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씩씩하게 살아가던 유준상이 큰 눈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우는 얼굴이다. 제목 그대로 '왜그래 풍상씨'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그의 얼굴. 그 얼굴에 넘어간 시청자들만 세어도 한 트럭이 될 것이다.
 
'동백꽃 필 무렵' 스틸. 사진/KBS

모두가 외친 "동백이 절대 지켜"…'공감 아이콘'의 공효진
 
2019년 상반기에 '풍상씨'와 '선자씨'가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동백이'가 있었다.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의 이야기다. 화제성 조사회사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은 방영 시작부터 종영까지 TOP 5 안에 이름이 들어갔다. 시청률 또한 2019 KBS 수목극 중 가장 높다.
 
'동백꽃 필 무렵'의 신드롬은 상당히 특이한 구조인데, 바로 시청률과 화제성이 비례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시장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별개의 포지션으로 두고 해석했다. 시청률이 낮아도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 있는 반면, 시청률이 높아도 정작 어떤 스토리였고, 누가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작품이 생기는 것이다.
 
원인은 VOD 시장. 대부분 VOD를 소비하는 연령층은 젊은 세대가 많다. 이를 통해 '동백꽃 필 무렵'은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시청층에서 사랑받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채로운 스토리, 섬세한 연출과 대사, 구멍 없는 캐릭터들로 호평받았다.
 
그중 동백이의 활약은 단언 눈부셨다. 연고 없는 동네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여기에 연쇄살인범과의 관계성이 얽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임상춘 작가는 대본을 집필할 때 공효진을 염두에 뒀다고 전해지는데, 작가의 이런 배려심 덕분일까. 공효진의 연기는 매 순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처럼 KBS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준 세 배우는 어떤 상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동 수상을 받게 될 경우, KBS는 개국 이래 최초 5년 연속 공동수상을 주게 되는 셈. 과연 KBS는 공동수상을 주게 될까? 아니면 공정하게 한 사람에게 대상을 안기게 될까?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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