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강소라 “많이 보러 와주세요. ‘해치지 않아’요”
“황당한 설정, 믿음 없었지만 감독님 만나고 확신 생겨 출연”
“엄청난 무게 동물 탈, 더 무거운 동물 슈트…특별했던 경험”
2020-01-22 00:00:00 2020-01-2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상하게 운이 안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2011 745만 관객을 동원한 써니의 주역으로 등장한 뒤 흥행 꽃 길만 있을 줄 알았다. 출연을 결정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이어 흥행 실패를 맛봤다. 2014년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한 편이 그의 필모그래피에 엄연히 자리하긴 했다. 하지만 그 한 편으로 배우 강소라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너무 모자라고 아쉽다. 작년 초 개봉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은 강소라 배우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씻을 수 없는 아픔이다. 오죽하면 이 영화를 빗댄 ‘UBD’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까지 했을까. 강소라는 엄복동얘기에 별다른 느낌 없이 웃었다. ‘대수롭지 않다가 아니다. 자신의 배우 인생 과정에서 분명히 자리한 작품이다. 단순한 숫자만으로 창피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단다. 그래서 해치지 않아란 황당한 설정의 이 영화도 자신의 역할과 롤이 분명히 보였기에 선택했을 뿐이란다. 출발이 좋고, 관심도 뜨겁다. ‘써니의 영광 재현이 가능할 듯싶다.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만났던 강소라다. 작년 자전차왕 엄복동개봉 이후 곧바로 선택한 작품이 이번 해치지 않아. 2017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변혁의 사랑주연 이후에는 영화에만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사실 영화 하나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란다. 그저 드라마 현장의 타이트한 호흡과는 달리 영화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접근할 있기 때문이라고.
 
하하하, 사실 별로 저한테 작품이 많이 안 들어와요(웃음). 많이 하고 싶은데 저한테 잘 어울리는 작품을 안 주시는 건지. 그래서 간간히 들어오는 작품 섭외가 너무 감사해요. ‘해치지 않아는 제가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제 취향에서도 너무 잘 맞는 작품이었어요. 무엇보다 이층의 악당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손재곤 감독님 연출이라 너무 끌렸죠. 거기에 안재홍 배우와 여러 선배들의 출연. 안 할 이유를 없었어요.”
 
그는 의외로 코미디에 욕심을 냈었다. 웃기고 싶은 욕심이 정말 많았단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이 과장된 웃음을 말렸다고. 코미디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더 즐겁게, 그리고 더 전체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아쉬웠단다. 사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서도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손 감독이었다. 감독이 강소라의 모든 것을 콘트롤해주면서 많은 것을 도와줬다.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안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시나리오였지만 저 역시 사실 너무 황당한 설정에 확신이 서질 않았던 내용이었어요. 얘기를 보시면 너무 황당하잖아요(웃음). 그런데 평소 팬이던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믿음이 확신으로 변했죠. 감독님이 연출하신 이층의 악당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감독님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서 해치지 않아가 어떻게 그려질지 예상이 됐었죠.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예상이 안됐던 것은 동물 슈트를 입고 연기를 해야 한단 점이다. 연기를 업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지만 배우 중에 이런 연기를 누가 경험해 봤단 말인가. 강소라도 이 점은 전혀 예상이 안됐단다. 우선 한 겨울이라 다행이었다며 웃는다. 두터운 동물 슈트를 입는다. 또 머리에는 무려 10kg가량이나 되는 무거운 탈을 쓰고 연기를 해야 했다. 생소함을 넘어서 액션 수준이었다고 웃는다.
 
머리에 쓰는 탈만 10kg라 정말 무거웠어요. 이게 머리 위에 얹는 구조에요. 동물 탈을 쓰면 동물의 목이 제 시선이 되는 거죠. 진짜 이걸 어떻게 하지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졌어요. 사실 탈의 무게보다 몸에 입는 슈트는 더 무거웠어요. 두꺼운 솜이불을 두르고 그 위에 오리털 파카를 입는 기분이랄까. 그나마 제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나았던 건 전 그냥 누워만 있었다는 점이죠. 하하하.”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과장된 캐릭터에 과장한 스토리다. 동물 슈트도 2% 부족한 느낌의 사실감을 잘 드러낸 채 제작이 됐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코미디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배우들 모두가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라인업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강소라는 이번에 제대로 웃겨 보고 싶었다고. 연출을 맡은 손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한 것이 이점이었다고 한다.
 
동물 슈트가 우리 영화 장르에 가장 적합한 수준으로 제작이 된 것 같았어요. 멀리서 보면 진짜 그럴듯해 보였거든요. 그래서인지 감독님이 과장하지 말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셨어요. 일종의 자연주의’(웃음). 처음에 재홍 배우가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동물원에 들어올 때 손을 흔들며 신나게 들어오는 데 그러지 말아라고 하셨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라. 그게 감독님의 포인트였어요.”
 
동물원의 사자를 연기한 강소라이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동산파크에 근무하는 수의사로 등장한다.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이 드러나야 한다. 영화에선 유일한 진짜 동물인 북극곰 까만코와의 교감도 그려내야 했다. 촬영 전 수의사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고, 동물 다큐멘터리와 영상 자료도 많이 참조했다. 분명히 큰 도움이 됐다고.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직업 자체가 수의사이기에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들어가야겠다 싶었죠. 동물원에 근무하는 수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사육사는 어떤 역할인지 많이 찾아 보고 공부도 했어요. 야생 동물을 다루는 방식과 대하는 방법도 찾아보고. 영화에서 까만코가 막 흥분할 때가 나오잖아요. 실제 수의사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 소통의 방식도 많이 공부했죠.”
 
강소라를 얘기할 때 그의 전작인 자전차왕 엄복동은 빼놓지 않고 거론이 된다. 상당히 큰 기대감을 안고 대중들에게 공개가 됐지만 역대급 실패를 맛본 작품이다. 강소라 역시 기대감을 안고 출연을 결정했지만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쓴 맛을 보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의외로 엄복동얘기에 웃음으로 대신하며 그래도 소중한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배우 강소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 작품도 정말 열심히 만든 작품이에요. 배우가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안 한 작품이 있을까요. 많은 영화를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정말 관객 분들의 취향은 예측을 못하겠어요. ‘해치지 않아도 정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죠. 동물이 나오는 영화가 국내에선 있었나 싶어요. 이 영화가 색다름으로 큰 인기를 끌 수도 있고, 반대로 외면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너무 즐거웠고, 관객 분들도 이 즐거움을 꼭 느껴 보셨으면 한단 거에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 해치지 않으니깐(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