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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직원, 특허소송 행렬) "정당한 보상해야"…직원들 손 들어준 법원
삼성전자 DVD 특허·삼성SDI 리튬이온전지 소송서 '억대 지급' 판결
직원들 입증 책임은 '걸림돌'…기업들 "영업비밀" 자료 공개 꺼려
2020-02-18 07:00:00 2020-02-18 07: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권안나 기자] 대기업과 직원들의 특허 보상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잇따라 직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다만 회사가 특허로 얻은 이익에 대한 증명을 해야하는 사람 역시 특허를 발명한 직원이라 소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많다. 회사들이 관련 자료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숨기는 탓이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발명진흥법 제15조에 '종업원은 특허권 등을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사용자 등에게 승계하거나 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적시하고 있다. 보상액을 정할 때는 사용자가 얻을 이익이 기준이 된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여기에는 회사가 직무발명에 관한 실시료를 지급받거나 특허를 양도하고 대금을 지급받은 경우, 특허가 들어간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얻는 이익, 해당 특허권으로 경쟁회사의 직무발명 실시를 막음으로써 매출이 증가한 경우도 포함된다. 권태복 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률상 직무발명 보상에 대해 보상범위, 액수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해 상대적으로 잘 돼 있는 편"이라면서 "다만 미국처럼 회사 세부적으로 규정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직무발명 보상 소송은 지난 2004년 삼성전자 직원인 최모씨가 애니콜 휴대폰의 '천지인' 입력방식 특허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260여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최씨는 보상금으로 21만원을 받았으나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와 화해하고 수억원에 이르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에도 전현직 직원이 삼성전자와 계열사를 상대로 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삼성전자와 전직 직원의 보상금 소송에서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판례를 살펴보면 정모씨가 발명한 DVD 관련 특허는 표준특허 등록과 크로스 라이선스 체결이 됐고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수년간 111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 수원지법은 삼성전자가 주씨에게 18억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1월에도 법원은 삼성SDI가 리튬이온전지 관련 특허를 발명한 직원에게 총 1억4000만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삼성 측은 특허권은 속지주의에 따라 국내에서만 효력을 가지므로 해당 특허로 인한 해외 매출은 포함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전지를 해외로 판매해 발생한 이익, 경쟁사들이 해당 특허를 이용해 전지를 해외 판매하는 것을 막은 점 등을 감안하면 발명으로 인한 이익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승소 사례가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 보상을 받는 것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대법원 판례가 사용자가 얻은 이익의 입증책임 또한 발명자에 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사용자의 이익을 입증하려면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양도를 했을 때 얻은 이익은 얼마인지, 제품에 어떤 형식으로 특허가 활용됐는지,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다면 그 조건은 어땠는지 증명을 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회사가 특허가 제품에 들어간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고 하고 매각한 경우에도 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거나 크로스 라이선스 조건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말했다. 이어 "과거 고도 성장기 때는 직원이 발명한 특허가 당연히 회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회사들도 인식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도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소송을 심리할 때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법정에서는 이런 이유로 양 측의 갈등이 극에 달하곤 한다. 재경지법의 한 민사담당 판사는 "재판부 입장에서는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 확인했으면 하는 자료들이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면서 "기업에 어디까지 자료를 제출을 요청할지 매번 신중하게 검토한다"고 말했다. 
 
왕해나·권안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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