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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반도’, 독립된 세계관으로서의 전무후무 ‘존재감’
‘부산행’과 세계관 공유, 진행되는 변화와 종말 맞이한 상황 ‘대비’
‘좀비’ 쓰임새 명확한 차이…소재적인 측면과 소비적인 측면 ‘뚜렷’
2020-07-13 00:00:05 2020-07-13 00:00: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세계관을 공유한다. 몇 년 전부터 두드러진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특징이다. 이건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전유물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특히 마블 영화가 내세웠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던 영화적 체험이다. 한 편의 영화가 그리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동시다발적인 이야기를 그린단 방식이다. 여기에 좀비가 투영됐다. 지금은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선 익숙한 소재다. 고 조지 로메로 감독이 1968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좀비는 하나의 오픈 소스로 각광 받아왔다. 이런 두 가지 특징만으로도 2016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은 충분히 빼어난 결과물로서 칭찬 받아 마땅했다. 그리고 4년 만에 반도가 베일을 벗을 준비를 한다. 세계관을 공유하고, 좀비를 또 다시 끌어 들였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반도가 언론 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반도를 보다 흥미롭게 관람할 몇 가지를 요소로 분석 정리했다.
 
 
세계관 공유
 
이미 오픈 된 정보다.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영화적 세계와 현실의 시간차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이후 4년 만에 개봉하는 반도. 영화적 세계 역시 부산행속 대혼란 이후 4년이 지난 시간을 그린다.
 
우선 정확하게는 부산행이 시작된 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서 출발한다. ‘반도는 첫 장면에서 부산행속 대혼란의 원인을 공개한다. 국내 한 바이오 제약 회사를 통해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유출된 것으로만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더 정확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는다. 대혼란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요소다. 혼란 속에서 상실돼 가는 인간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사전 가이드라인이다.
 
부산행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안에서 벌어지는 얘기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KTX는 소요 시간은 2시간 40분 내외. 영화 속 사건의 시간까지 더해지면 대략 실질적인 영화 속 세계의 소요 시간은 3~4시간이다. ‘반도부산행이 벌어진 시간대의 또 다른 인물이 겪는 사건을 보여준다. 주인공 정석(강동원)의 가족이 겪는 부산행의 대혼란 사건이 반도의 출발이다.
 
같은 세계 그리고 같은 시간 대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독립된 사실상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점은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 역시 뉴스토마토를 통해 독립된 스토리다. ‘부산행2’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관 공유란 설정 외에 부산행과 연결 지을 요소는 사실상 반도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반도' 스틸. 사진/NEW
포스트 아포칼립스
 
반도개봉 전 가장 많이 언급된 정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른바 종말혹은 멸망을 뜻한다. ‘반도에선 이에 대한 정보와 함께 비주얼적인 표현이 그 어떤 한국 상업 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압도적 진화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종말은 필연적으로 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포가 수반된다. 공포와 원인은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이 모든 지점에 영화적 흥미를 더하기 위해선 불투명한 확실성을 연출자는 부여할 수 밖에 없다. ‘부산행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반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부산행종말의 시작을 그렸다. ‘부산행은 시작되는 종말 속에서 KTX란 폐쇄된 공간을 끌어 들였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집중했다. 그 상황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성을 여과 없이 투영시키며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은 현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반도의 동력은 사실상 부산행과는 정반대에서 출발한다.
 
반도는 시작에서 부산행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설정만을 보여 줄 뿐 완벽하게 독립된 스토리임을 강조한다. 이후 전개되는 방식이 완벽하게 다르다. ‘부산행이 종말의 시작과 함께 벌어지는 상황이었다면 반도는 종말 이후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반도는 종말의 상황 그 자체가 주인공이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환경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은 각기 다른 목적을 향해 삶을 끌고 간다. ‘부산행의 대혼란에서 한반도를 탈출한 정석과 또 다른 사람들. 그들은 지옥을 탈출했다. 하지만 탈출해 뿌리를 내린 또 다른 땅도 지옥임에는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삶은 지옥 그 자체다. 그 지옥을 탈출하기 위한 삶만 있을 뿐이다. 위험한 제안을 받는 정석과 또 다른 사람들. 그들에겐 위험이 아니라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또 다시 시작이 된 것이다. 4년 전 대혼란의 한반도로 들어간다. 지옥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이미 모든 것이 무너진 종말의 한반도’. ‘반도는 종말을 맞이한 한반도 그 자체가 주인공이다. 그 안에서 변화된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상황과 사건이 아닌 세계관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이고 동력인 셈이다.
 
영화 '반도' 스틸. 사진/NEW
좀비 vs 좀비
 
부산행에서의 좀비와 반도에서의 좀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선 부산행은 대혼란의 시작이다. 대혼란의 시작에서 변화는 필연적이다. 변화는 시각적 충격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변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출몰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료 가족 친구들이 좀비로 변한다. 변하는 상황 자체가 부산행에선 사건이다. 그래서 부산행은 좀비가 주요 소비 도구로 등장한다. 메인 플롯의 핵심이었다.
 
반면 반도는 대혼란이 종말로 귀결된 상황이다. 마침표를 찍은 상태다. 모든 것이 끝이 났다. 그 상황에서 좀비는 더 이상 변화의 도구가 아니다. 뒤 바뀐 세상은 모든 것이 위험하다. 여러 가지 위험 요소 가운데 좀비는 그저 하나 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좀비보다 위험한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조종당하는 객체다. ‘반도가 그리는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리고 그 핵심을 지배하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부산행에선 좀비자체가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반도에선 좀비는 더 이상 두려움의 요소가 아니다. 세계관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좀비는 두려움을 모른다. 두려움은 전이됐고, 이제 이 세계에서 좀비는 인간이다. ‘부산행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남아 있던 사람들은 스스로가 좀비처럼 변해 버렸다. 그들은 인간성을 버린 채 또 다른 존재가 돼 버렸다. ‘부산행에서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간성이 상실된 좀비가 등장했다면, ‘반도에선 좀비가 지배하는 종말의 시대에 순응하는 껍데기만 남은 인간만이 존재한다. 631부대원들의 충격적인 실체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반도' 스틸. 사진/NEW
공간
 
사실상 부산행반도가 공유한 영화적 세계관을 지배하는 핵심이 공간이다. ‘부산행이 진행되는 상황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반도는 결과 이후의 마침표를 그린다. 진행과 마침표는 결국 공간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공간과 변화된 공간은 이야기를 담고 그리는 데 다르게 쓰일 수 밖에 없다.
 
반도에선 종말을 맞이한 한반도를 그리면서 눈에 띄는 장치 하나를 삽입한다. ‘특별함이 아닌 일반화. 관객들로 하여금 상황 자체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게 아닌 일반적인 상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반도종말을 맞이한 세계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공간 지명이 귀에 익다. 구로디지털단지, 오목교 등의 지명이 등장한다. 폐허가 된 도심 속 버스의 지명과 노선도 고스란히 스크린에 투영된다. 상황 자체의 특수성이 아닌 세계관 자체의 현실성을 위해 감독이 설정한 세밀한 장치 중 하나다. 흥미로운 재미일 수도 있고, 지나칠 수 있는 얕은 수로 보일 수도 있겠다.
 
영화 '반도' 스틸. 사진/NEW
좀비 vs 카체이싱
 
부산행 강점이 좀비였다면, ‘반도의 장점은 카체이싱이다. 먼저 부산행에선 국내 상업 영화 사상 최초로 좀비를 끌어 들였다. 빠르게 움직이고, 빛과 소리에 반응한다. 인격이 상실된다. 인간을 공격한다. ‘부산행에 등장한 좀비의 특징이다. 이런 점은 반도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초반 종말을 맞이한 대한민국에 다시 잠입한 정석. 그리고 위기에 빠진 정석을 구출하는 준(이레) 유진(이예원)이 이런 좀비의 특성을 이용해 탈출하는 장면은 반도속 흥미의 압권 중 하나다.
 
무엇보다 반도가 공을 들인 지점은 한국 영화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카체이싱 장면이다. 러닝타임 중 3분의 1 가량이 차량 액션이다. 초대형 짐벌’(gimbal) 이용해 완성한 특수 촬영의 결과물인 카체이싱은 할리우드 걸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색깔 자체가 다르다. ‘반도속 카체이싱은 도심 곳곳을 휘집고 다니는 세밀함이 투영된다. 빠르게 차량 스틱을 조작하면서 벌어지는 차량의 움직임은 2D 스크린에서조차 몸을 들썩이게 만들 정도다.
 
한국영화의 기술적 진일보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지 오래다. ‘반도속 카체이싱 장면은 한국영화의 기술을 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완벽한 포인트다.
 
영화 '반도' 스틸. 사진/NEW
장점 vs 약점
 
반도의 장점과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동일하다. 세계관을 공유한 부산행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약점이 될 전망이다. ‘부산행자체가 변화되는 상황이 스토리 동력이었다. 변화를 한다는 지점은 자연스럽게 동력을 발생시킨다. 그 동력 안에서 인물들은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여기에 공간 자체가 막혀 있기에 이야기도 집중시킬 수 있었다.
 
반면 반도는 변화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우선 긴장감이 떨어진다. 상황의 변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반도는 변화가 끝난 상황이다. ‘반도속 호기심은 끝난 상황의 모습이다. 영화 전반에서 상황은 투영된다. 물론 반도에도 변화는 존재한다. ‘종말을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사는 인간들의 모습이다. ‘반도속 등장하는 631부대가 호기심을 담당한다. 그들의 모습은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익숙한 설정이다. 반면 좀비 장르 초보 관객들이라면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다.
 
세계관을 공유한다설정 외에는 반도부산행과 전혀 접점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기본 대전제의 설정 자체가 이 영화를 필연적으로 부산행후광에 가둬 버린다. 영화적 세계관만을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반도는 즐길 요소가 차고 넘치는 결과물이다. 반면 영화적 세계관에만 갇힌 채 관람한다면 반도부산행의 아류에 불과한 치기로 다가오게 된다. 7 15일 개봉.
 
P.S ‘반도 200% 즐기길 원한다면 2D관람을 추천한다. 100% 즐길 욕심이라면 4DX를 추천한다. 2D 4DX를 관람한 이후 N차 관람객이라면 아이맥스는 필람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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