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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야 산다"…'가구 닮은 가전' 시대 개막
(가전이 달라졌다)②다양한 색상·새로운 소재·형태의 변화 시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차별화 지속"
2020-08-04 05:53:00 2020-08-04 05:53: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백색 또는 메탈 컬러로 칙칙했던 가전 제품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다. 첨단 기술과 편의 사양은 기본, 다양한 색상과 소재를 입히고 과감한 형태의 변화까지 시도하며 가정의 모든 '공간' 점령에 나서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는 지난해 출시 이후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경제가 쪼그라든 가운데서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삼성 냉장고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비스포크가 삼성 냉장고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좋은 반응을 주도한 결과로 분석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총 15가지 색상의 패널에 10가지 제품 타입으로 소비자 생활 환경과 취향에 맞춰 수 만가지 조합이 가능한 제품이다. 빌트인 가구와 같은 형태로 돌출된 부분 없이 설치할 수 있어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서울 홈테이블데코페어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가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비스포크의 철학을 대부분의 주방 가전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특한 소재를 통한 차별화를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냉장고 최상위 버전인 뉴 셰프컬렉션에 적용된 △명품 자동차 업체 마세라티 등과 작업한 유럽의 소재 전문 업체 데카스텔리와 협업을 통해 개발된 '마레 블루' △스페인 발렌시아산 100% 천연 세라믹으로 제작되는 '세라 블랙' △금속 특유의 차가움을 덜어내고 따뜻한 감성을 더한 '혼드'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LG전자에서도 가전에 새로운 소재를 더하는 시도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 2018년 첫 선을 보인 가구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는 가전 제품의 표면을 가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우드, 패브릭 등의 소재로 마감한 제품으로, 가전의 개념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냉장고, 가습 공기청정기, 오디오, TV 4종으로 구성된 이 제품군은 주방과 거실을 넘어 침실, 욕실등 모든 공간에서 가전 제품이 하나의 인테리어의 요소로서 자리할 수 있게 했다.  
 
가구가전 LG 오브제 TV. 사진/LG전자
 
가전 제조사들의 '공간'에 대한 고민은 TV 제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은 TV 외부에 액자와 같은 프레임을 더해, TV를 시청하지 않는 시간 동안 벽면에 걸린 한 폭의 명화가 된다.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리프'는 그 자체로 하나의 트렌디한 감성을 담은 인테리어 소품의 역할을 수행한다. LG전자도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롤러블 TV'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TV가 돌돌 말려 본체에 들어가면서 공간을 확장시켜준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한편, 더욱 치열해진 가전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반증하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향후에도 가전 업체들 사이에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전자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치 장신구처럼 가전제품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시장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들도 차별화된 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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