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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하노이결렬 이전 복원 '포석'…약속 이행 의지도
판문점 선언 의미 계승 포괄적 주문
전문가 "현 상황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
북, 당장 적극적 호응은 미지수
2020-09-23 03:10:00 2020-09-23 03:1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건 남북 관계를 하노이 회담 결렬 이전으로 복원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 합의인 '4·27 판문점 선언'의 의미를 계승하고 약속을 이행해가자는 메시지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전까지 언급된 종전선언의 당사자에는 남과 북 뿐만 아니라 미국도 포함되는 만큼 대선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이 합의 이행에 책임을 갖고 나서 달라는 바람도 읽힌다.
 
22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조금씩 엇갈렸지만, 현 정부 임기 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 메시지이자 최선의 선택을 담았다는 평가는 대체로 같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소장은 "종전선언을 언급한 건 '탑다운(하향식)' 방식의 남북미 관계를 복원하고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사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의미의 상징적 선언이기 때문에 남북미 최고 지도자 간 마음만 맞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연내 추진키로 합의한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언급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북측이 지난 6월 판문점 선언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는 탄식도 나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잊혀진 카드'를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다시 꺼내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유엔총회 무대인 만큼 미국에 대한 메시지도 조심스럽게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관련해 김 소장은 "미국 대선이 오는 11월3일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한반도 문제를 대선 이후 바로 종전선언을 중심으로 남북미가 좀더 적극적으로 이슈화 시켜서 다뤄보자는 성격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현실적으로 종전선언이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약간 미국을 압박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문 대통령 입장에서 마지막 용기를 내셨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물론 대화가 결렬되고 현실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선언 언급이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내에선 '뜬금없이 지금이 종전선언을 할 시기인가'라는 비판적 여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도대체 게임을 어떻게 갖고 가려는 거냐는 시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최 부원장은 "남북관계가 어렵다보니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민한 것 같다"며 "시기상 부적절하고 호응받기 어렵더라도 그 것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호응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최 부원장은 "북한도 북미관계 개선을 얘기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뜬금없을 것 같다"며 "호응 여부를 크게 기대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용현 소장은 "북한이 부정적으로 나오더라도 관계 복원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제시할 필요는 있다"며 "어쨌든 모든 상황은 미 대선 이후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전쟁 종결이란 측면에서 북측도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엽 교수는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있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호응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면서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오히려 '암묵적 인정'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사실 종전선언은 이번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대의 대북 카드"라며 "당장은 아니어도 다음에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30일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건너 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환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노동신문 보도 갈무리)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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