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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장지상 산업연구원장 “미래 경쟁력, 생산성 높이는 구조 혁신이 핵심”
반도체·조선업 점진적 개선, 자동차는 침체 ‘전망’…기술혁신과 인적자원 역량강화 ‘시급’
입력 : 2019-03-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과거 우리나라 경제의 성공신화를 이끌어온 제조업 분야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완성차 판매량은 급감했고, 3년간 호황기를 누린 반도체는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다행히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저가 공습에 밀렸던 조선업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5G 통신 등을 필두로 하는 4차산업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선진국들도 발 빠르게 산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한 ‘인더스트리4.0’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 역시 ‘리메이킹 아메리카’와 ‘중국 제조 2025’로 4차 산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국내 전통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사람에 대한 투자와 정부차원의 규제혁신을 병행해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사진.산업연구원

현재 산업경기를 진단한다면.
 
작년 국내 실물경기는 제조업에서 생산과 투자, 고용, 수출 등 대다수 지표들이 전년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제조업 분야는 운송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작년 연말 상당폭 반등했다. 서비스업도 증가세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건설업은 아직까지도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지표들이 2017년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인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무역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현재 미중 무역 갈등은 한마디로 첨단기술을 놓고 맞붙은 헤게모니 싸움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공격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 패권국가가 경계심을 갖고 무력을 통해 두려움을 해소하려하고, 이를 통해 전쟁이 촉발하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s trap)'에 빠진다고 하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경제가 꺾이면서 수출이 줄어 손해보는 부분이 있다. 반면에 계량화하긴 어렵지만 중국이 우리나라 산업을 따라오는데 다소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 반도체나 조선, 철강 같은 분야는 중국이 생각보다 빨리 쫓아와서 놀랐다. 이런 때가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미래 산업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 주력산업 어떻게 전망하나.  
 
호황을 지속해온 반도체의 높은 성장세는 한풀 꺾일 것이다. 공급 부족을 보이던 반도체 시장이 지속적인 생산 증가와 관련 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수급이 안정화됐다. 국내 생산과 수출 성장세도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 지금 흘러가고 있는 IoT나 빅데이터, 5G의 메모리 수요는 상당하다. 일시적인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라 가격이 계속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이 어려운 시기는 지나갔다. 조선은 2016년 글로벌 조선시황 악화에 따른 수주 절벽의 영향으로 작년 조선 생산량이 최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 늘어난 수주가 금년부터 건조 실적에 반영되면서 생산이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우리 조선은 경쟁력이 약화된 게 아니다. 값이 싼 저급선을 중국이 가져갔을 뿐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같은 고급선박은 우리가 대부분 수주하고 있다. 2017년에 수주한 물량들은 올해부터 건조에 들어간다. 자동차는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외 경기부진으로 전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게 큰 요인이다.  선진시장의 수요는 감소하고 신흥시장의 수요도 크게 둔화되면서 완성차 수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부진이 자연스레 자동차 부품업체의 생산 위축과 업황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도 걱정된다.
 
자동차 분야가 특히 어려워 보인다. 해결 방안이 있나.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미래 자동차에 대한 대응 부족이라는 측면보다 생산과 수출의 감소, 이에 따르는 기업의 이윤율 저하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완성차 부문의 고비용 및 저생산성 구조, 경쟁력 있는 모델 개발의 실패 등이 주요 원인이다. 향후 국내 자동차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고비용 구조에 걸맞은 고생산성, 제품의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혁신을 통해 총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 생산구조 질적 전환이 돼야 하는 시점이다. 필요한 경우 광주형 일자리 같이 적절한 임금에 적절한 생산성으로 전체 생산을 늘리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상승에 직면한 우리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스마트공장과 같이 생산성 및 효율을 크게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기업구조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에 의존하던 과거에서 탈피해야 한다. 현재 완성차 차원에서 친환경자동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기자동차 등과 더불어 스마트 자동차 부문에서도 우리 기업이 일정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미래 지향적 방향성을 가지고 이들 차세대 자동차를 육성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족한 관련 부품소재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저성장 시대가 장기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 어떻게 키워야 하나. 
 
저성장 기조로의 전환은 인구 고령화, 노동시간 감소 등 공급 측 요인과 수출시장의 경쟁 격화,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에 의한 수요 둔화에서 비롯된다. 성장 둔화기에는 고성장 시대에 당연시여기던 불균형 성장이나 목표 지상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2018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생산·소비 시스템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총요소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높은 생산성 구조로의 전환에 대응하는 인적자원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
 
예를 들어 교육훈련 내실화, 일하는 방식의 혁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가 있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차원의 기술혁신에 대응해 기존의 기술 시스템에 최적화된 사회경제시스템과 제도를 새로운 생산과 소비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세대 간·부문 간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사회적 노력도 전제돼야 한다. 정부투자를 기업투자와 성과로 연계하기 위한 전략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서울 도심 4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을 발표했다.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 관련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수소경제 활성화의 핵심 중의 하나가 수소연료전기자동차다. 수소연료전기자동차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소충전소의 보급이 선결과제다.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을 통해 수소연료전기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수소경제 전반에 걸쳐 산업발전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소 관련 산업은 초기단계에 있다. 우리 뿐 아니라 일본, EU,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누가 먼저 앞서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작년 12월20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전환 속 산업·기업 혁신의 필요성과 방향' 공동 국제세미나에서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로버트 앳킨슨 미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산업연구원

앞으로 규제 혁신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인 규제, 국가 경제의 기간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는 잘 선별해 합리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신산업이나 신기술의 개발, 적용, 비즈니스화를 제약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혁신하는 게 매우 절실하다. 적어도 해외 주요국에서 허용되는 것은 국내에서도 허용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혁신하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기존 질서나 기득권을 유지하는 역할보다 규제혁신 과정에서 생기는 경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소외계층을 배려·지원하는 방안에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대북제재가 풀려 남북경협이 본격화된다면 산업 분야에서 가장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할 우선순위는. 
 
북한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부터 해야 한다. 다만 미국과 유엔(UN)이 개성공단의 재개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재개를 하기보다 재개를 위한 준비와 함께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경제 공동특구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서해 공동특구를 어디에서 어떻게 개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남북한이 어느 정도는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본격적인 산업협력이 가능하다. 중단됐던 남북한 위탁가공 교역을 우선적으로 재개하는 동시에 남북한 경제협력에서 우선순위가 부각되고 있는 철도 및 도로 연결, 현대화 사업과 관련된 제조업 분야의 협력도 중요하다. 다만, 본격적인 대북투자나 남북한 경제특구 건설은 UN 대북 제재가 완전히 해제되고, 북미관계가 상당한 정도 정상화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취임하신 지 1년이다. 앞으로의 개인적인 비전은. 
 
취임 당시 산업정책의 역할이 무엇이고, 산업연구원이 무엇을 할 것이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난 1년간은 새 정부의 중점 정책기조의 하나인 혁신성장전략이 좀 더 완성도를 갖추고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수행했다. 남은 기간 산업연구원이 한국의 산업 및 기업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 나아가 산업연구원 구성원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조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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