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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만 부각시킨 기업 밸류업 대책“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정부가 지난 26일에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딱 그런 꼴입니다. 신년 초에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한국거래소를 두 차례나 방문하여 토론회까지 열며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때 시장은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한국 기업의 주가를 억눌러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증시와 같이 국내 증시도 우상향의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한 투자가들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며 주가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한 달이 넘게 증시 부양 기대감을 한껏 띄워놓고 막상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밸류업 지원 방안은 맹탕에 가까울 정도로 빈약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상장사가 스스로 매년 지배구조, 자본수익성 등의 기업가치를 개선할 계획을 세워 거래소에 자율 공시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여 기업 가치 개선 성과가 뛰어난 기업에게는 투자장려, 세제지원, 우수기업 표창,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배당세·법인세·상속세 개편이나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상법개정안 등의 실효성있는 조치는 다 제외되었습니다.  기업 가치 개선을 자율적 노력에 맡기겠다는 정책은 맥빠지는 대목입니다. 수십년동안 주가 상승에 관심없던 기업들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자극받아 갑자기 자발적으로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발상은 순진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업가치의 자율적 개선을 유인하는 방안도 밋밋하기만 합니다. 투자활성화, 세제지원, 표창장 등이 기업들의 주가 상승 동기를 촉진할 만큼 큰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인지 의문시됩니다. 이런 혜택은 정책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정부가 곶감처럼 내놓는 대책입니다. 특별히 고민하지 않고 내거는 상투적 방안으로 흔히 관가에서는 이를 ‘표지갈이’라 부릅니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표지만 바꿔 사용하는 처방이라는 뜻이지요. 이처럼 진부한 대책을 기업밸류업 인센티브라고 공표한 담대함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정말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더 강력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가로 발표한다고 하지만 이미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물건너간 것으로 간주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기업 밸류업 바람에 편승해 상승한 종목들은 급락했고 주가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만 믿고서 급등한 주식을 추격 매수한 개인 투자가들만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미국장이나 일본장에 투자해야지 한국장에 투자하면 호구된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입니다.  한국 증시를 평가절하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은 복합적입니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기업을 지배하는 세칭 대주주 오우너는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이익을 다른 주주들과 나누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가 상승은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경영권을 장악하며 다른 방법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유화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알고도 지배구조 개혁에 소극적입니다. 이번에도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장하는 조치를 기대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부도 역시 주주를 무시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시장에 개입하고 기업을 규제하며 주주의 이익을 침해합니다. 전력회사, 금융회사, 통신회사들은 정부의 압박 때문에 가격이나 수수료를 시장논리에 따라 책정하지 못합니다. 은행이 이익을 많이 내서 주주에 대한 배당금을 늘리려 하면 정부가 나서 반대합니다. 흥미롭게도 정부가 경영에 간섭했던 기업들은 대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경영진 승계 과정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한 은행지주회사와 포스코가 바로 이런 예에 속합니다. 사외이사에 대한 과잉접대를 문제 삼은 기업들도 주로 주인 없는 기업들입니다. 정부가 주인처럼 지배력을 행사하며 상장사의 경영과 이익 배분에 사사건건 관여하는 관치가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합니다.  지배구조가 분산된 기업들에게는 기득권 카르텔을 타파한다고 타율적으로 압박해온 정부가 대주주가 지배하는 기업들의 가치 상승에 대해서는 자율을 강조하니 영문을 모를 따름입니다. 소문만 요란했지 실속이 없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두고 총선용 단발성 이벤트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심지어 인터넷 주식 토론방에서는 정부의 기업가치 밸류업이 주가 조작 행위에 해당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강고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어린이가 유권자라면둘째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최근 부모 교육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OO유치원의 교육 철학을 설명하던 중 저의 눈길을 끄는 활동이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아이들과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좋을 지를 이야기 나눈 결과였습니다.  7살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 '우리가 도움을 청할 때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 '친구를 위협하지 않고 욕하지 않고 사랑해주고 친절한 사람', '진짜 평화를 가진 사람' '처음만 잘하지 않고 끝까지 잘하는 사람' 등을 대통령의 덕목으로 꼽았습니다.  아이들의 답변은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당연한 이야기들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생각이 어쩜 저렇게 깊을까 기특함도 잠시, 현실 속 대통령은 어떤가 떠올려봤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은 국민이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고 있을까? 친구를 사랑해주고 친절한 사람일까? 평화를 가진 사람일까? 어떤 질문에도 쉽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유치원 원장님께서는 지난 2020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등원이 어려웠을 때라 하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4월 총선에서는 또 한 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때로는 어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답을 내놓는 어린이들이지만 아마도 '올바른 지도자'에 대한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엄마의 일터가 국회라는 것을 알게 된 8살 큰 아이는 부쩍 국회에 대한 궁금증이 늘었습니다. 국회에서는 무슨 일을 주로 하냐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법을 만든다고 답해줬고, 그런 법은 누가 만드냐길래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고 말해줬습니다. 국회의원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느냐, 법은 어떻게 만드냐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이야기의 끝은 "나도 국회에 가보고 싶다"로 이어졌습니다. 종종 국회 견학을 오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을 봤던 터라 "언젠가 시간을 내서 구경을 시켜주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국회 방문을 고대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초등학생들이 방청석에 앉아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국회의원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축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설렘은커녕 혼란만 가득합니다. 축제를 치를 무대가 제대로 마련되지도 않았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리다툼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축제의 주인공이 되야 할 국민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입니다. 축제에 초대를 받아도 딱히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축제를 반복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산 중 '선진 정치'는 정말로 불가능한 일일까요?  김진양 국회팀장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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