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일주일 여 만인 지난 22일. 주말을 앞두고 찾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금요일 오후에도 한산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가 2년1개월 만에 해제되면서 식당과 영화관 등 각 시설에서 일상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명동의 봄은 아직 더딘 모습이었다.
지난 9일 문을 연 애플스토어 ‘애플명동’과 일부 중심가를 제외하면 상가 두 곳 중 한 곳 꼴로 ‘임시휴업’과 ‘임대문의’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었으며, 한때 명동거리를 채웠던 노점상들도 3~4곳밖에 영업을 하지 않았다. 주 타깃인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추면서 상권도 타격을 받은 결과다.
서울 명동의 한 거리. (사진=백아란기자)
골목으로 들어서니 마치 유령 도시처럼 빈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고 인적까지 드물어 황량해 보였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난무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화장품 등 상품 호객 행위는 사라지고 환전소의 불도 꺼져있었다. 길 건너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이 북새통을 이루고, 전국 곳곳에 자유를 만끽하는 인파가 몰린 것과 대조된 형국이었다.
명동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는 A씨는 “관광객은 없는데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더 이상 장사를 하기가) 어렵다”라며 “(상권 회복을 위해선)외국인들이 돌아와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인근 은행에 근무하는 B씨는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많다”면서도 “아무래도 관광객이 줄어들다 보니 잘 가던 식당들이 문을 닫아 아쉬움이 많다”라고 언급했다.
(표=뉴스토마토)
현재 명동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전체 상가 2곳 중 한곳이 비어 있는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의 소규모(2층 이하에 연면적 330㎡ 이하) 상가와 중대형(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상가의 공실률은 각각 50.3%, 50.1%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 2020년 1분기 명동 중대형 매장용과 소규모 매장용 공실률이 각각 7.4%, 0.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실률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 2004년 이후 국내 공시지가 1위에 올랐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컵점’은 개점 휴업상태에 접어들었으며 세포라 명동점과 유네스코회관 올리브영 등도 폐점했다.
다만 중대형 상가 임대료가 ㎡당 19만800원으로 2020년 1분기(29만6700원)에 견줘 36% 가량 떨어지며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등 리모델링 공사 작업에 들어간 곳도 눈에 띄었다.
공인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상가 임대 문의가 늘고 있다”라면서 “권리금 없이 단기 임대나 렌트프리(월세를 일정 기간 무료로 면제해주는 계약조건) 지원을 하는 곳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명동 거리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애플스토어, 노가리 건물. (사진=백아란기자)
한편 시장에서는 명동 상권 회복을 위해선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에 기대어 뷰티·패션업종에 집중했다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 등 국내 소비자층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명동은 외국인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해왔다”면서 “특정 업종, 특정 계측에 의존해 오다보니 코로나19와 같은 쇼크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고, 결국 상권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수 수요 등 상권 회복을 견인할 동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 활발한 상권을 갖기에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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