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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채권시장도 '들었다 놨다 해'
잘나가던 BBB급 채권 돌연 급락…LG엔솔 수요예측 참여용 쏠림 효과
2022-01-12 14:30:00 2022-01-13 10:18:02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가 주식시장을 넘어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에서 최근 강한 상승세를 보이던 일부 채권 종목이 어제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상장한 CJ CGV33 신종자본증권을 비롯해, 대한항공, 한진칼, 두산 등의 회사채 가격이 10일까지 상승세를 그리다가 어제와 오늘 갑자기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CJ CGV33 채권은 지난달 8일 채권시장에 상장한 후 완만한 상승세를 타다가 27일 1만200원으로 뛰어오른 후 올해 들어서도 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10일 1만300원대까지 올라섰던 채권가격은 11일 하루새 120원이나 급락하더니 이날도 87원 추가 하락했다.
 
한진칼3 채권도 어제까지 1만420원을 유지했으나 12일 80원 하락한 1만340원으로 마감했다. 대한항공87-2 채권은 10일 10만200원에서 12일 오전 1만107원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적지 않은 회사채들이 어제와 오늘 급락세로 돌변한 것은 LG에너지솔루션 공모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연말부터 상승세를 그리다가 갑자기 하락한 채권들은 모두 신용등급이 BBB+ 이하 하이일드채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들이 11~12일 진행되는 LG에너지솔루션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위해 BBB+ 등급 채권 매수에 몰렸다가 매수시한이 지나면서 채권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하이일드채권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게서 BBB등급 이하, 무디스 등급으론 Baa 이하를 받은 고위험 채권을 의미한다. 
 
하이일드채권 중에는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대기업들이 발행한 채권도 많아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많지만 기관은 내부규정에 따라 투자할 수 없게 묶여 있다. 
 
하지만 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은 예외다. 특히 하이일드채권 펀드와 랩어카운트, 신탁, 일임투자상품 등이 공모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최근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도 BBB+ 등급 이하 채권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진행되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를 앞두고 여기에 투자하기 위해 새롭게 설정된 하이일드채권 펀드가 늘어나면서 BBB+ 이하 등급 채권물의 가격을 밀어올린 것이다. 
 
하이일드채권 펀드 등은 규정상 펀드자산의 45%를 BBB+ 등급 이하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공모주 중 5% 우선배정에 참여할 수 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하이일드펀드는 키움캐피탈 채권을 많이 편입한 것 같은데 하이일드투자일임, 하이일드랩, 하이일드신탁 등은 대한항공, CJ CGV33, 한진칼, 두산 등을 장내에서 많이 매입했다”면서 “원래 이 채권들은 매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하이일드 상품 수요로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12일에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경우 11일 잔고 기준으로 물량을 배정하기 때문에 더 이상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수요예측을 위한 하이일드채권 매입수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는 규모가 상당히 커서 하이일드 상품에 배정된 공모주 경쟁률은 20 대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주식을 많이 받을 수 있어 각종 하이일드 상품에 자금이 몰린 상황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기관들도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그만큼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통에 최근 코스피 대형주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주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청약을 앞두고 이에 투자하려는 기관들로 인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시험연구센터 착공식 모습. <사진/ 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 공모는 채권 발행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이일드채권 수요가 증가하는 데 맞춰 기업들이 BBB+ 이하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지난 7일에는 AJ네트웍스(BBB+)와 한솔테크닉스(BBB+)가 각각 160억원, 7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했으며, 10일에는 두산중공업(BBB-, 100억원), CJ푸드빌(BBB, 50억원), 코오롱(BBB+, 200억원), 현대삼호중공업(BBB+, 900억원)이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 공모가 주식시장은 물론 채권시장의 자금까지 빨아들인 상황이어서 다음주 18~19일에 진행되는 공모청약과 27일로 예정된 상장일까지 이 종목에 쏠리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때문에 증가했던 하이일드채권 수요는 기관들의 수요예측 참가 조건을 충족한 뒤 곧바로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공모주를 받는 것이 주된 목적인 상품이어서 채권을 계속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랩 상품의 경우 스팟으로 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 1년간 운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으나 공모 참여 후 보유 채권을 매도하는 데는 제약이 없다. 이에 하이일드채권 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공모주는 더 많이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보유확약의무를 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하이일드채권 상품들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상장 후 곧바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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