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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넷플릭스 ‘택배기사’ 조의석 감독 “날 당긴 호기심 충분했다”
“준비하던 영화, 해외 로케이션만 60~70%...‘코로나19’ 때문 제작 무산”
“제작사 대표가 대신 전해 준 ‘택배기사’, 일주일 고민 뒤 ‘해보겠다’ 밝혀”
2023-06-04 06:00:42 2023-06-04 06:00:4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감독이 카메라 앞에 나설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일부 감독님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즐기는 모습도 분명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연기파 감독님이란 찬사를 듣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하지만 이 감독님,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조차 그런 연기파 감독님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오히려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 인터뷰어를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답변이 일단 짧습니다. 다른 오해가 있을 듯해 이런 설명을 붙여 봅니다. 아마 이 감독님, MBTI가 극단적인 트리플 I’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수줍음이 많으십니다. 질문 하나에 답변이 짧은 이유, 정말 식은땀을 흘리실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하십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 하나. 이 감독님이 내놓는 작품들 대부분이 굉장히 터프하고 격렬한 작품들입니다. 그 지점이 꽤 생소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입니다. 일단 조의석 감독, 데뷔 이후 첫 시리즈 연출입니다. 그리고 그를 설명할 때 첫 번째로 거론되는 타이틀. 국내 최연소 장편영화 데뷔. 2002년 만 25세 나이로 일단 뛰어를 선보이며 충무로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조용한 세상’ ‘감시자들’ ‘마스터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골든 슬럼버의 각본을 쓰면서 필력도 인정 받아왔습니다. 그가 선보이는 택배기사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이유, 이 정도면 충분해 보입니다.
 
조의석 감독. 사진=넷플릭스
 
조의석 감독은 사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작업할 계획이 없었답니다. 결과적으로 택배기사를 처음부터 준비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다른 감독이 준비하던 작품을 자신이 대신 맡게 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코로나19’로 자신이 준비하던 작품 제작이 무산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택배기사를 제안 받았다고 합니다. 묘한 인연인 듯해서 이 작품을 유심히 읽어봤다는 조의석 감독입니다.
 
전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마스터이후 관심을 갖고 준비하던 작품이 있었어요. 해외 로케이션이 60~70%가량 필요한 작품이라 준비할 게 좀 많았죠. 근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해외 촬영할 수 있는 길이 전부 막혀 버렸어요. 난감했죠. 우선은 준비하던 작품을 접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 함께 작품을 준비하던 제작사 대표님이 읽어봐라면서 주신 게 택배기사’’였어요.”
 
조의석 감독. 사진=넷플릭스
 
인기 웹툰이 원작이란 사실도 모르고 읽었다는 조의석 감독입니다. 사실 웹툰과 친숙한 세대도 아니라서 좀 쑥스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단 제작사 대표에게 전달 받은 대본. 조의석 감독의 구미를 당길만한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 그리고 일반적인 직업으로 볼 수 있는 택배기사에 대한 히어로적인 시각. 무엇보다 마스크를 쓰고 사는 세상. 지금의 현실과 묘한 기시감이 있었답니다.
 
시리즈에 대한 생소함은 있었어요. 그런데 앞서 설명한 그런 부분들이 제 호기심을 당기더라고요. 한 일주일 정도 고민했었죠. 그리고 결국 제작사 대표님에게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각색을 좀 해봤어요. 작가 두 분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는데 제가 받은 대본에서 좀 많이 필터링을 한 듯해요. 일단은 다른 작품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는 걸 많이 드러내고 싶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디스토피아 장르가 많이 없어서 그런 부분이 느껴지실 수도 있다고 생각은 들어요.”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6부작으로 구성된 택배기사는 대부분의 장면이 CG로 구현돼 있습니다. 혜성이 떨어져 한반도 전체가 사막으로 변한 뒤의 상황이 등장하기에 웬만한 세트 규모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막으로 변한 도심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모래는 필수였습니다. 촬영 현장에는 거대한 모래 바닥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길고 긴 블루 매트만 깔려 있었다며 웃는 조의석 감독입니다. 그는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을 것이라고 모든 공을 돌렸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너무 거대한 규모로 나와야 하기에 대부분의 장면을 CG로 만들어야 했어요. 특히 사막으로 변한 서울 시내를 표현하기 위해 모래 바람과 거대한 모래 언덕에 대한 소스가 필요했는데 그걸 위해서 몽골까지 가서 찍어 왔었어요. 몽골 공항에서 내려서 버스를 10시간을 타고 들어가 모래 언덕과 모래 바람 등을 찍었어요. 그걸 기반으로 CG작업도 하고 실제 짤라 쓴 것도 있고. 그래서 완성도가 많이 올라갔죠. 그만큼 돈도 좀 들었습니다(웃음).”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사실 조의석 감독이 택배기사공개를 앞두고 또 공개가 된 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영상으로 옮기면서 달라진 부분에 대한 원작 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원작 웹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바뀌면서 달라진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주인공 ‘5-8’(김우빈)의 상대역인 사월이의 성별. 원작 웹툰에선 여자로 등장하지만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남자가 된 캐릭터입니다. 조의석 감독은 이런 이유로 사월이를 남자로 바꿨답니다.
 
진짜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사월이성별이었어요. 기획 회의를 할 때 마다 5-8과 사월이의 멜로 느낌이 난다는 지적이 꽤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비춰질 가능성이 너무 크게 보였고. 제가 제일 자신 없는 장르가 멜로에요(웃음). 고민됐던 지점을 제작사에 얘기하고 또 원작 작가님에게도 얘기했죠. 근데 예상 밖으로 흔쾌히 마음대로 각색해라는 답변을 받아서 홀가분하게 변화를 줬죠.”
 
조의석 감독. 사진=넷플릭스
 
그래서일까. 조의석 감독은 사월이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정말 수 많은 배우들을 만나고 오디션을 봤지만 마땅한 사월이가 나타나지 않았었답니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다가 지금의 사월이를 연기한 강유석이 나타납니다. 조의석 감독은 최종적으로 강유석과 다른 한 배우를 놓고 고민했고 결국 강유석을 선택했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가장 늦게 결정한 배역이에요. ‘택배기사는 제 생각에 사월의 성장 드라마인데, 사월이가 단순하고 귀엽고 그렇지만 팔딱팔딱 뛰는 느낌도 있어야 했어요. 그런 점에서 강유석 배우가 가장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촬영하면서 이제 됐다라고 느낀 게 아마 네 번째 촬영이었나 싶었죠. 딱 그때 제가 생각한 사월이가 보이더라고요. 그 얘기를 해주니 더 팔딱팔딱 뛰더라고요(웃음).”
 
'택배기사' 스틸. 사진=넷플릭스
 
강유석의 캐스팅도 택배기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진짜 감사해야 할 지점은 주인공 5-8을 연기한 김우빈 그리고 조의석 감독의 20년 절친 송승헌의 합류였답니다. 그는 이 두 배우가 없었다면 지금의 택배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당연합니다. 두 사람이 극중 보이는 연기 대결의 스파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의석 감독은 두 사람에게 너무나 큰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극중에서 우빈씨가 흡연 장면이 너무 많아요. 근데 너무 큰 병을 치료하고 오셨잖아요. 사실 너무 고민이 돼서 제가 그 장면을 다 빼려고도 했어요. 근데 우빈씨가 그냥 피우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극중 흡연 장면은 모두 CG로 대체했죠.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승헌씨는 뭐 제 데뷔작에 주연으로 출연한 뒤 지금까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친구인데. 어떤 역이라도 맡겨만 달라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어요. 결과적으로 류석이란 빌런을 가장 잘 표현해 줬죠.”
 
조의석 감독.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택배기사’. 원작 팬들의 아쉬움 섞인 평가 그리고 언론과 평론 쪽의 평가. 사실 좀 많이 박한 느낌입니다. 그런 지점에 대해 조의석 감독은 겸허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부족한부분은 모두 연출자인 자신에게 있다고. 그는 당분간 숨을 고르면서 차기작을 준비한답니다. 공교롭게도 차기작 역시 시리즈입니다.
 
어떤 질타든 어떤 평가든 그건 전부 감독인 제가 받아야 할 몫입니다. 결과에 대해선 감독이라면 항상 아쉬울 수 밖에 없어요. 이걸 좀 이렇게 했다면, 저걸 좀 저렇게 했다면. 그런 아쉬움은 언제나 있어요. 다음 작품도 시리즈인데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우선은 조금만 쉬면서 운동 좀 하고 체력 좀 길려야 할 듯하더라고요. 시리즈물은 영화를 몇 편을 한 번에 찍는 느낌이라.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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