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쇼크…최악의 '경제 한파'
5개월만 '생산·소비·투자' 하락…곳곳 '먹구름'
내수 부진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첩첩산중
내년 '1%대' 성장률…'저성장' 고착화 우려
2024-11-29 16:00:37 2024-11-29 18:37:4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 경제의 활력도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들이 모두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생산·소비·투자' 산업활동 3대 지표가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에 첫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통화당국은 내년과 2026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 성장에 그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설비투자 '5.8%↓'…1월 이후 최대폭 '감소'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2020=100)으로 전월보다 0.3% 감소했습니다. 9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입니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가 8.4% 늘었지만, 일부 공장 파업, 화재 등으로 자동차가 6.3% 줄면서 전달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 생산이 전달보다 4.0%나 감소하면서 발목을 잡았습니다. 건설업 생산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 영향 등으로 1개월 만에 반등해 0.3% 증가했지만, 전체 산업생산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줄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가전제품,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가 4.8%나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0.8% 줄어들면서 8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습니다. 
 
투자도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10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 투자 실적이 부진하면서 전월보다 5.8% 감소했습니다. 올해 1월(-9.0%) 이후 최대 감소 폭입니다. 건설기성도 토목과 건축 등 공사실적 감소로 4.0% 줄며 6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건설수주 역시 사무실·점포 등 건축 부진으로 1년 전보다 11.9% 감소했습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면서 경기 전망도 어두웠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제조업·서비스업 생산은 견조하지만 소매판매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마이너스"라며 "설비투자는 좋은 모습으로 가고 있지만 건설 쪽은 많이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년 성장률 1%대"…짙어진 경기 부진
 
그럼에도 정부는 경기가 악화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흐름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면서 "생산은 높은 수준이고 소비·투자 회복 속도는 온도차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상승 흐름이나 힘이 약해 월별 등락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1%대 저성장 고착화를 우려하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마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하면서 저성장 쐐기를 박았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하면서 내년 경제를 어둡게 바라봤습니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하며 지난 8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췄습니다. 더불어 내년 전망치는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1.9%로 내다봤습니다.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 전망치보다 낮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춘 2%로 제시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우리 경제가 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통화당국의 판단에는 내수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당초만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습니다. 특히 한은은 트럼프 집권 후 당장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7%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시장에서도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경고가 쏟아집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0월에 IMF에서 내년 전 세계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아주 이례적으로 얼마 전 한국 경제성장률만 따로 2.0%로 발표했다"며 "1960년 이후로 지금까지 65년간 경제성장률이 2%가 안 됐던 적은 5번밖에 없는데, 내년 1%대 성장이라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쉽게 말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는 거라 보면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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