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1일 여야 공방이 격화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삭감만 반영한 예산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과 관련해 여권의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민주당은 민생 예산을 포기한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맞받아치며 대치 전선이 가팔라졌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감액 예산안을 오는 2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여당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국민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없으면 추가 협상도 없음을 분명히 하며 난항을 예고했습니다.
민주, 본회의서 '강행 처리' 예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예산위에서 4조1000억원 규모의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부득이하게 법정시한인 내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초부자감세 저지와 권력기관 특활비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대원칙 아래 심사를 이어왔다"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유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대응과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아동수당 확대 등 저출생 대응 사업 확대, 국민 안전 사업 투자 확대 등 6대 미래·민생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여당과 합의가 불발되고 기재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감액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민주당은 예산부수법안도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라며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낸 세법안은 초부자 감세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초부자만을 위한 감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경북 안동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증액이 필요하면 수정안을 내면 된다"고 언급, 협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어 이 지사의 "12월 2일이 시한이지 않나"라는 지적에도 "정말로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그거야 길이 없겠나"라고 답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순직해병국정조사 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힘, "모든 수단 강구" 맞불
반면 국민의힘은 즉각 민주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부터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여당은 야당의 감액예산안 처리 방침에 '이재명 방탄'을 위한 정부·여당 압박용이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날치기 통과로 헌정사상 유례없는 막가파식 행패"라며 "민주당은 예결위 날치기 처리에 대해 국민과 정부, 여당에 사과하고 즉각 감액 예산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만일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으로 예결위 강행 처리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야당의 무리한 예산 증액 요구 수용을 겁박할 의도라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기를 바란다"며 "거대 야당 민주당의 선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에 예산안이 민주당 안대로 통과되면 향후 많은 어려움이 있기는 하겠지만 당정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내년도 예산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며 말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추경하자더니 민생예산 삭감이라니요'라는 글을 올리며 "추경은 예산이 부족하니 하는 것"이라며 "민생 위해 추경하자던 민주당이 민생예산 단독으로 삭감한 건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 같이 앞뒤 안 맞는 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을 잘 안다"며 "이건 이 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니까"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오히려 앞뒤가 안맞는 것을 힘자랑하며 행패 부리듯이 해보여야 국민들 겁먹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민주당은 국민들 상대로 '인질극'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이날 내년도 감액 예산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전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임을 밝힌다"며 "민주당은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를 철회하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증액 필요시 정부가 수정안을 제시하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 철회"라며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어 "야당의 단독 감액안 철회 없이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여당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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