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후폭풍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도 옮겨붙고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 추천 위원 3인으로 파행 운영 중인 방심위는 그간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비롯해 정치·편파 심의 등 논란으로 얼룩져 있는 상태인데요. 최근 국민의힘 측 민원을 접수한 지 2시간 만에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국민의힘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 행동’ 사이트를 삭제 의결해 계엄 후폭풍에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내란에 동조한 행위”라며 이를 규탄하고 나섰는데요. 방심위원장의 탄핵과 해촉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심위의 문자행동 삭제 의결과 관련 “이것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옹호하고 보호하기 위해 내란에 동조를 한 것”이라며 “방심위가 이런 기구이기 때문에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데 아무런 견제 수단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황정아 의원도 “류희림씨는 국민의힘이 민원을 넣었다고 탄핵 찬성 문자 운동 사이트를 삭제 의결하면서 입틀막을 하고 있다”라며 “탄핵 반대 문자 사이트도 있는데 그건 왜 삭제 처리를 안하나. 이게 바로 내란 수괴를 방탄하기 위해 행정력을 불법적으로 동원하는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날 회의는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 반쪽으로 진행됐는데요. 여당 의원들은 앞서 열린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탄핵안 표결 무산 문제로 야당 의원들과 충돌하고 퇴장했습니다. 야당 의원만 남은 소위에서는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를 장관급 국가기관으로 바꾸고 방심위원장을 탄핵 소추의 대상으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방통위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종면 민주당 노종면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말다툼을 한 뒤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방심위는 지난 5일 국민의힘이 ‘문자행동’ 사이트의 삭제 시정 요구를 하자 2시간 만에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소집해 이를 삭제 의결했는데요. 방심위는 이번 사안이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형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이같이 결론 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전례없이 빠른 심의 속도와 개인정보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의 삭제 조치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는데요.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성명을 통해 “삭제되어야 할 것은 국회의원 전화번호가 아닌 류희림 당신이다”라며 “당일 접수된 민원을 의결하기 위해 2시간 만에 회의를 소집한 예는 방심위 역사에 단 한 건도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방심위 지부는 사무처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첩해야 한다고 보고 했지만 류 위원장이 방심위 처리를 위해 형법 조항을 욱여넣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류희림씨는 탄핵 투표 전에 지체 없이 삭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심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기고백을 하고야 말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방심위의 해당 조치와 관련해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방심위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한 부분에 방통위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을 아꼈는데요.
이와 관련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지금 방통위는 방심위가 독립기관임을 내세우면서 발언·답변을 회피하는데 그래서 우리가 류희림 탄핵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며 “본래 취지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 지켜지기 위해서 방심위를 민간 기구 형식으로 한 것이지만, 윤석열씨의 방송 장악에 적극적으로 거의 부역 수준으로 하면서 민간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이 법안을 꼭 통과 시킬 것, 피해갈 수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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