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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0일 16: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자본의 기업 인수는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 발언이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성장한 투기자본이 산업 전반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IB토마토>는 투기자본의 성장 배경과 그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고려아연(010130)은 MBK파트너스가 비밀계약유지를 어기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에 MBK파트너스가 부정하면서 고려아연과의 불편한 동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국내 경제에서 자본이 기업 경영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본의 산업 지배력을 견제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치 앞 못 보는 경영권 분쟁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과 체결한 핵심자료 ‘비밀유지계약(NDA)’ 조항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고려아연은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서 MBK파트너스에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양사 간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연합뉴스)
계약 체결일은 지난 2022년 5월17일로, MBK파트너스는 그로부터 2년 동안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 내용에 서명했다. 하지만 MBK는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했다.
MBK파트너스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과 소수지분 투자, 사모사채 투자 등을 하는 '스페셜시튜에이션스(SS)'는 각기 다른 법인이고 운용주체도 다르다"라며 "바이아웃과 스페셜시튜에이션스는 실질적으로 분리돼 내부 정보 교류도 엄격하게 차단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의심은 여전하다. MBK파트너스의 주장대로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주체는 바이아웃 부문이고, 앞서 고려아연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곳은 스페셜시튜에이션스다. 하지만 당장 스페셜시튜에이션스2호가 지난해 발발한 한국타이어앤드테크놀로지 경영권 분쟁에서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 주체인 점을 감안하면 MBK파트너스의 주장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와중에 새해 1월23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 이전 양측의 지분 확보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대규모 유상증자 논란에 휩싸인 사이 1.36%를 추가 취득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0.13% 지분을 추가 확보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도 0.32%를 사들였다. 이로써 최 회장과 특별관계자의 지분 비율은 17.5%로 늘었다. 주주 명부 폐쇄일은 오는 20일이다.
MBK·영풍의 우위 속 '불편한 동거'
현재로서는 MBK·영풍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완전한 경영권 확보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 정관상 이사회 소집권한은 ‘회장’에게 부여된다고 명시돼 있고 이사회 의장도 ‘회장’이 맡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소집 권한은 대표이사나 이사회의 의장에게 주어진다. 결국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권한을 쥐고 있어 MBK·영풍 연합이 당장 이사회를 장악하기는 어렵다.
현재 최윤범 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1년3개월이 남은 상황으로 이 과정에서의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분 확보에서 MBK파트너스 측의 우위가 확실해졌지만 한동안은 고려아연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라며 "고려아연의 기존 경영진이 추진한 사업 내용을 기반으로 가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최윤범 회장이 주도해 개발한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최종 판정됐다. MBK파트너스 입장은 국가핵심기술 기업 경영에서 고려아연의 도움 없이 사업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 영향력 큰 산업…국가적 대응 필요
투기자본과 기업의 불편한 동거는 비교적 사업 규모가 작은 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서류상 실적과 실제 산업과의 괴리는 산업의 지속 여부에 의문을 남긴다.
(사진=노랑통닭)
사모펀드 큐캐피탈은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인수한 지 4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짧은 기간 실적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가맹점주들의 이탈은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랑통닭은 2009년 창립돼 2014년 7월 주식회사 '노랑푸드'로 법인 전환됐다. 2020년엔 큐캐피탈과 코스톤아시아가 700억원에 인수했다. 큐캐피탈 인수 후 노랑통닭은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
매장 수는 2020년 519개에서 올해 748개가 됐다. 4년 새 230여 곳이 늘었다. 매출실적에서도 2020년 739억원에서 2023년 기준 973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20년 85억원에서 지난해 11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공경적인 확장 속에서 명의변경, 폐점도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노랑통닭의 명의변경 가맹점 수는 2020년 52개에서 2023년 105개로 2배 넘게 늘었다. 폐점 수는 2020년 11개에서 2023년 65개로 급증했다. 반면 개점 수는 2020년 100개에서 2023년 83개로 줄었다. 가맹점당 매출도 하락세다. 가맹점 연 평균매출액은 2020년 4억1618만원에서 2023년 3억9323만원으로 5.5%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소규모 가맹주 이익은 사모펀드 인수 후 지속 하락한 반면 본사 배만 늘렸다가 매물로 등장한 것이다.
금융과 산업은 필연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회수만을 노린 투기자본에 대응할 전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해외 자본, 특히 중국 자본이 펀드로 들어와서 자국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금융자본의 투자에 대해 일정하게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산업 지배는 화두가 됐다"라며 "우리나라도 국내총생산(GDP)보다 금융자산이 2배가 넘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미세 조정이나 틈새를 아우를 수 있는 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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