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안이 발의됩니다. 민주당 등 범야권은 이번 만큼은 반드시 통과를 시키겠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 탄핵안을 표결 불참으로 막았다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질서 있는 퇴진' 방안으로 제시한 '2~3월 하야·4~5월 대선'이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차라리 탄핵으로 법리 싸움을 하겠다'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면서입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주지방의원들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침묵시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12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지난 7일 본회의에 상정된 첫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불성립 된 이후 닷새 만에 재발의 되는 겁니다.
민주당은 당초 11일 탄핵안을 재발의 할 예정이었는데요. 국방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밝혀진 새로운 내란 행위들이 많아 탄핵안에 꼭 담아야 하는 내용들을 선별하다보니 발의 시점이 다소 지연됐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탄핵안 발의는 하루 늦어지지만 표결은 원래 계획대로 오는 14일 오후 5시 진행됩니다. 민주당은 탄핵안이 이번에도 좌절될 경우 임시국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쪼개 탄핵을 될 때까지 추진하겠단 방침입니다.
"질서 있는 퇴진, 당 지도부가 윤 설득"
탄핵안 통과의 키는 국민의힘이 쥐고 있습니다. 범야권 의원 192명이 전원 '찬성'에 표를 던지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참을 하지 않으면 의결정족수인 200명에 못 미쳐 투표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7일의 첫 투표에서도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표결에 불참하면서 탄핵안은 폐기됐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108명 중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김상욱·김예지·안철수 의원 등 세 명뿐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실행 방안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국안정화 태스크포스(TF)가 '2~3월 퇴진론'을 내놨으나, 여전히 당내에서는 '즉각 하야가 필요하다', '조기 퇴진도 안된다'는 등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며 내부 동요는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 본인이 '탄핵해 줘'라고 나오면 그동안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뭐가 되나"라며 "대통령이 탄핵해달라는 것을 거꾸로 잘못 해석하면 거리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해달라고 사인을 보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내세운 질서 있는 퇴진을 (대통령도) 야당도 반대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정국안정화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양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퇴진 로드맵을 갖고 대통령실 설득에 나설 것"이라며 "대통령실을 설득한다면 탄핵을 표명했던 의원들도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즉시 하야·탄핵만이 답"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들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기자와 만난 김상욱 의원은 "즉시 하야는 찬성하지만 조기 하야는 기한도 불확정적이고 또 대한민국이 계속해 불안정한 상황에 있게 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동훈 대표가 좀 더 강단 있게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을 적시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켜주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는데요.
탄핵 찬성과 관련한 당내 기류에 대해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명시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는 분들까지 포함해 10명 전후에서 계속 인원 변동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즉각 하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조경태 의원과 지난 탄핵안 표결에 참여했던 안철수·김예지 의원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그런 와중에 탄핵에 찬성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도 한 명 더 늘었습니다. 국민의힘 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을 향해서도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달라"며 "우리 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죽는 길이 곧 사는 길"이라고 촉구했습니다.
탄핵에 대한 찬반 의견은 분분하지만 첫 번째 탄핵안 표결 때처럼 집단 불참이 재연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로 나선 김태호 의원은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며 "아마 전체 당론을 통해 본회의장에 자유 의지를 갖고 투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을 80%정 도로 본다"고 전망했는데요. 그는 "이번에는 투표 불성립이 어려울 텐데, 투표에 들어가게 되면 양심있는 의원들이 10%는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5명 이외에 최소 5명 이상은 더 행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이번에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번 표결은 100%"라고 부연했습니다.
김진양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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