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막 내린 언론장악 시도
윤석열, 방통위 '첨병'으로 '언론 장악' 꼬리표
이동관·김홍일·이진숙 통해 합의제 방통위 무력화
자신이 추천한 '2인 위원'으로만 방송 주요 현안 의결
"위법한 절차" 일관된 법원 판결…'언론 장악' 역풍 청구서
2024-12-15 06:00:00 2024-12-15 06:00:0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윤석열 씨가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돌자마자 선택한 비상계엄이라는 친위 쿠데타가 결국 탄핵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윤 씨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방통위원장 탄핵등을 언급하면서 국회를 원색 비난하고 행정부 마비를 거론하며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실패한 친위 쿠데타는 탄핵 역풍을 맞았고, 임기 중 짙은 의심만 남긴 언론 장악의 목표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대국민담화하는 윤석열씨 (사진=대통령실)
 
1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윤 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습니다. 윤 씨는 헌정 사상 3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는데요.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하게 되면 박근혜 씨에 이어 2번째로 탄핵으로 인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불명예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윤 씨에게는 재임 중에 방송통신위원회를 첨병으로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가짜뉴스 척결을 기치로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포장 속, 정권 비판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는 형태로 언론 장악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 언론계 안팎의 중론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는 5인의 합의제 기구로 독립적 운영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방통위원장 역시 독립성과 전문성이 중요시되는데요. 윤 씨는 임기 중 방통위의 이러한 독립성을 훼손하고 언론 장악의 얼룩만 남겼습니다. 윤 씨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무시한 채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로만 위원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입니다. 이동관(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김홍일(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 이진숙(윤석열 대선캠프 언론특보) 3명의 전 위원장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들 위원장의 임기 동안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라는 법 취지가 무색하게 대통령 추천 2인의 위원으로만 주요한 현안을 심의·의결해 정권에 의한 언론 장악의심은 더욱 짙어졌습니다.
 
윤 씨의 언론 장악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입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전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윤 씨는 곧바로 면직 처리를 했는데요. 이후 김효재·이상인 위원과 김현 위원 등 여야 21 구도 속 방통위는 KBS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에 칼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전임 정부때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진을 현 정권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야권 의원이 반발해 퇴장을 했고 여러 현안은 여권 2인의 주도로만 진행됐습니다.
 
당시 방통위는 윤석년 KBS 이사(713)와 남영진 KBS 이사장(814)을 각각 해임했습니다. 빈 자리는 서기석, 황근 등 여권 성향 이사 2명으로 채웠고 그 결과 47 구도였던 KBS 이사회는 여야 65 구도로 재편됩니다. KBS 이사회는 서기석 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같은 해 830일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는데요. 윤 씨는 이를 신속히 처리했고, 11월 박민 전 사장이 임명되며 KBS의 경영진 교체가 완료됩니다. 다만, MBC 이사진 개편은 불발에 그쳤습니다. 방통위가 82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지만, 법원에서 해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김효재, 김현 위원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방통위는 언론장악 기술자라 불린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2인 체제레일을 빠른 속도로 내달렸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828일 취임 당일 야권 성향의 김기중 방문진 이사를 해임합니다.
 
특히 이동관 방통위는 YTN사영화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했습니다. 방통위는 1115일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건과 관련 하루 만에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는데요. 특히 심사를 시작한 지 약 2주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는 등 유례없는 속도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졸속 심사비판이 뒤따랐는데요. YTN노조와 언론 단체들의 반발도 심화했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탄핵안 발의 등 상황 속에 결국 이를 마무리 짓지는 못했는데요. 그는 탄핵안 표결 전 자진 사퇴하며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동관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은 윤 씨의 검사 선배 김홍일 위원장입니다. 지난해 1229일 취임한 김홍일 위원장은 방송 관련 경력이 전무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윤 씨는 끝내 그를 방통위원장으로 낙점했습니다. 김홍일 위원장은 올해 2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을 최종 승인하며 이어받은 YTN 사영화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 공영방송 이사회 교체 작업에 착수했는데요. 국회는 이를 막으려 626일 긴급히 탄핵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김홍일 방통위는 628일 기습 전체회의를 열고 KBS·방문진·EBS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했는데요. 김홍일 위원장은 탄핵안의 국회 보고 전인 72일 자진사퇴하며 과천 청사를 떠났습니다.
 
김홍일 위원장에 이어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은 731일 취임 당일 함께 임명된 김태규 위원과 함께 KBS와 방문진 이사 추천·선임안을 전격 의결합니다. 임명된 지 10시간 만의 속전속결 의결입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해 취임 다음날인 81일 이진숙 전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는데요. 이진숙 위원장은 자진사퇴하지 않고 탄핵안을 받아 직무정지가 됐습니다.
 
윤석열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주요 의결 (그래픽=뉴스토마토)
 
‘2인 체제’로 주요 현안 의결…법원 "위법한 절차" 제동
 
한상혁 위원장 면직 후 ‘2인 체제로 의결된 주요 현안들은 윤 씨의 언론 장악시도의 증거이자 뇌관으로 작용하는 형국입니다. 여야 32 구도의 합의제 기구임에도 대통령 추천 몫 2인으로만 위원회를 구성해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 등 민감한 의결을 감행했다는 사실은 언론 장악의심을 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야권의 연이은 탄핵으로 이어졌습니다.
 
방통위 2인 체제 판결은 법원에서 위법하다며 잇따라 제동을 거는 등 경고음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자사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한 MBC에 대해 방통위가 내린 법정 제재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일 서울고법도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불복해 낸 항고를 기각하며 ‘2인 체제의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1017일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조치를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2인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의결한 제재 조치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윤 씨의 언론 장악 의심 속 ‘2인 체제방통위는 민감 현안 의결과 위원장 탄핵이 반복되며 파행을 거듭했는데요. 한때 초유의 ‘0인 체제상황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여당은 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겨 왔는데요. 실상을 들여다보면 방통위 파행은 윤 씨가 지난해 3월 안형환 전 부위원장 후임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후보를 7개월 간 임명을 하지 않으면서부터 촉발됐습니다. 그 사이 윤 씨는 자신의 추천 몫만 위원으로 임명했는데요. 이러한 과정 속 ‘2인 체제가 유지되며 언론 장악의 작업이 착착 진행된 셈입니다. 하지만 윤 씨의 이러한 언론 장악의 꿈은 친위 쿠데타 자충수로 인한 탄핵으로 원대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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