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폭탄 돌리기'
대통령실 '방관'에 여당 '머뭇'…국회 임명 절차 '무기한 연장'
2025-12-09 17:33:31 2025-12-09 17:48:4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이 9년째 공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직접 임명을 지시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대통령 최측근 논란 속에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관련 논의를 미루면서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명시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 추천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다는 점을 명분으로 작업을 미루는 모양새입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대통령실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추천 절차를 계속 연기하고 있습니다. 당정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이재명정부도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두고 이른바 '폭탄 돌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당은 대통령실 '눈치'…특감 임명, 올해 넘길 듯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습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이야기를 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당연히 국민의힘과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지금 법안 처리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공직자를 감찰하는 기구입니다.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016년 사임한 이후 공석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대선 때 공약했고,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다시 공언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이재명정부 6개월 성과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특별감찰관을 빨리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며 재차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사실상 특별감찰관 임명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을 빨리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언급한 이후에도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에 대해 미적지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예고하면서도 다소 유보적인 기류입니다. 특별감찰관 인사 추천의 주체로 '국회'를 앞세우며,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후보 추천 요청이 없었다" "신경써야 할 다른 현안이 너무 많다"는 점도 강조하며 특별감찰관의 연내 처리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습니다. 사실상 민주당이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남 라인 타깃 '우려'…김현지 논란 때마다 특감 '부상'
 
이번 특별감찰관 임명도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서로에게 특별감찰관의 공을 넘기면서 임명 절차를 뭉개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머뭇거리는 배경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실 내부의 경기·성남 라인이 특별감찰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 데에는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사이의 인사 청탁 문자 논란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김 비서관이 문 원내수석의 인사 청탁성 문자를 강훈식 실장과 김현지 실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한 정황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파장이 커졌습니다.
 
이전에도 김 실장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돼왔습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김 실장이 강 후보자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실세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또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도 야권에서는 '대통령실 성역'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때에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장동혁 대표에 이어 송언석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속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작업을 선제적으로 진행하며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특별감찰관 제도는 대통령과 주변을 관리하고 감찰하는 중요한 시스템인데 9년째 공석으로 둔다는 것은 국민들이 봤을 때 안 좋게 볼 것"이라며 "신속히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든지, 이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든지 해야 한다. 어정쩡하게 놔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정부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게 하고 내부 감시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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