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경쟁률이 흥행 보장? 상장 후 온도차 커져
수요예측 경쟁률 1천대 1 늘었지만…"기관대상 흥행이 주가 상승 보장 못해"
2020-03-02 01:00:00 2020-03-02 01: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기업공개(IPO)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상장 후 주가 수익률로 직결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1000대 1 이라는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은 흥행 성공으로 평가되지만,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라는 평가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바이오시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1236개 기관 대부분이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의 가격을 제시해 희망가격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서울바이오시스와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제이앤티씨 또한 10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가 범위를 넘어선 1만1000원에 공모가를 정했다. 
  
최근 IPO 시장에서는 서남(1228대 1), 위세아이텍(1105대 1), 피피아이(997대 1), 메탈라이프(1290대 1) 등 기관 수요예측에서 10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희망 공모가 범위의 가장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씨에스베어링(297090)의 경우 12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 2019년 수요예측 최고 경쟁률 기록을 경신했다.
 
높은 경쟁률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다수의 기관에게 높이 평가된 것이어서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높은 경쟁률이 상장 후 주가 수익률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PO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2017년 294대 1 △2018년 449대 1 △2019년 596대 1로 꾸준히 올랐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경우는 2017년 325대 1에서 2018년 488대 1, 지난해에는 615대 1로 뛰었다. 작년 코스닥 상장기업 중 3분의 2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그러나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천차만별이다. 경쟁률이 1228대 1에 달했던 서남(294630)은 지난 20일 코스닥에 상장해 30% 가까이 주가가 오른 반면, 1105대 1의 경쟁률을 낸 위세아이텍(065370)은 상장 후 공모가 1만2000원을 밑돌고 있다. 오히려 수요예측 경쟁률이 86대 1에 그쳤던 메드팩토(235980)는 공모가 4만원에서 상장 후 5만2000원대까지 올라 3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상장 후 주가 등락률이 수요예측 경쟁률에 비례하지는 않는 셈이다.
 
수요예측 후 실제 공모 투자자들이 자금을 납입하는 일반청약 결과만 해도 수요예측과 차이가 있다. 서울바이오시스는 수요예측 경쟁률 1119대 1을 기록한 뒤 후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942대 1을 기록했으나, 제이앤티씨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1077대 1에 달했음에도 공모청약 땐 3.5대 1에 그쳤다. 반대로 수요예측 경쟁률이 120대 1로 높지 않았던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265대 1이었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수요예측 경쟁률의 숫자 자체는 무의미하다고 봐야 한다"며 "자문사, 운용사까지 포함하면 1000개가 넘는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때문에 1000대 1이라는 수치만 놓고 흥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쟁률 1000대 1에 육박했던 곳은 덩치가 작은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며 "수요예측 경쟁률은 통계의 함정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