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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고소·고발에서 멀어지기
입력 : 2020-10-13 오전 6:00:00
최근 중요한 사건은 모두 검찰과 법원으로 모이는 것 같다. 정치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모두 고소·고발·민사소송으로 검사와 법관의 손으로 가고 있다. 정치가 이렇게까지 법률과 가까운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고소·고발·민사소송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유명인, 무명인도 동참한다. 모두 법률에 의하여 시시비비를 밝히려고 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보면 고소·고발·소송제기는 당사자의 권리다. 누구도 그 선택에 대해서 간섭할 수 없다. 권리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권리를 남용한 경우에만 이를 탓할 수 있다. 고소·고발이란 원래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것이므로 권리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법률가라면 무미건조하게 한국의 고소·고발이 많으니 좀 줄였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말만 할 뿐이다. 
 
한국의 고소, 고발 건수는 2019년 85만551건으로 2010년의 71만1513건보다 14만건 이상 늘었다. 인구가 우리나라 두 배가 넘는 일본의 고소·고발 건수는 연간 1만건 정도라고 한다. 확실히 비정상적이다. 개선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2014년 정태호 교수는 “고소·고발 남발하는 사회, 형벌권 오·남용하는 국가”라는 논문에서 늘어나는 고소·고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고소·고발 건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권과 사회 지도적 인사들이 고소·고발에 앞서고 있다.
 
 정치권의 고소·고발은 충분히 이해된다. 정치권의 표현은 더 험해졌다. 더 공격적으로, 더 집요하게, 더 폭력적으로 변했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새로운 욕을 개발하고 새로운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공격에 참을성을 발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라도 그 상황이 되면 분노라는 감정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고소·고발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소·고발의 근원적인 문제는 3가지다. 
 
첫째, 고소·고발은 문제 해결을 남의 손, 법률가의 손에 넘겨버린다. 고소·고발에 이르게 된 문제는 자신의 문제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화해와 용서다.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정치권이다. 정치권이 자신의 문제를 법률에 맡겨버리면 정치는 자율성을 잃는다. 이것을 정치의 사법화, 정치의 법률 종속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법률가들이 정치를 하게 된다. 정치는 법치주의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법률가가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법률가들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둘째, 고소·고발은 사건을 더 오래 끌고 간다. 고소·고발을 하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다시 시작이다. 이미 진상이 규명되어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아도 사건은 계속된다. 생겨난 것은 없어지기 마련이고 새로운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없어지는 것에 미련과 집착을 가져서는 안된다. 미련과 집착은 고통, 괴로움의 원인이다. 새로운 일을 해결하기에도 우리의 힘은 부족하다. 이미 없어져야 할 일을 고소·고발로 붙잡고 있으니 괴로움이 끝이 없다.
 
셋째, 고소·고발로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다. 고소·고발로 분노가 더 오래 지속되고 더 커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고소·고발을 한다. 이 과정에서 분노는 계속 지속된다. 결과는 상관없다. 만일 이긴다면 분노는 정당하다는 이유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지더라도 분노는 해소되지 않는다.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노는 좋은 것이 아니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은 인간을 괴로움에 빠뜨리는 3대 요소다.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다. 용서함으로써 분노에서 벗어나는 것이 올바른 해결방법이다. 
 
고소·고발은 벌어진 사건도, 자신의 마음도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개인적으로 괴로움만 늘어난다. 고소·고발이 줄여 문제도 해결하고 고통도 줄이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치권의 무고소·무고발 선언이지 않을까 싶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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