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상장폐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쌍용양회 우선주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해진 날짜 안에 팔지 않으면 헐값만 받고 강제로 주식을 넘겨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절대로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주식을 갖고 있다면 당장 팔고 탈출해야 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쌍용양회우는 16.67% 급등한 5만9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개장 32분만에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6만6300원을 기록 중이다. 벌써 5일째 상한가 행진이다. 최근 열린 임시주총에서 쌍용양회 우선주 전량을 현재 주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강제 소각하는 안건이 통과됐으나 주가는 이를 거스르고 비정상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쌍용양회 우선주가 유상소각이 결정된 후에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미래에셋대우>
쌍용양회는 지난달 1일 회사의 체질 개선을 위해 자본금을 대폭 줄이는 등의 변화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12일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보통주 무상감자, 우선주 유상소각,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총 6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달 12일에 주식 거래를 정지시킨 후 13일을 기준일로 보통주의 액면가를 현재 1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이는 방식의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회사가 보유한 돈은 그대로인채 회계상 자본금의 크기를 줄여서 배당재원을 만드는 형태의 감자이기 때문에 보통주 5억385만9595주는 그대로 유지된다.
12월7일로 예정된 재상장일에 주가도 감자 전과 동일한 상태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물론 재상장 후 주가가 유지될 수 있을지 하락할지 여부는 이번 자본 조정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에 달려있다.
쌍용양회의 이번 결정에 대한 증권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감자 사유가 ‘자본구조 효율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이며, 감자로 발생하는 차익 일부를 배당가능이익으로 전환해서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쌍용양회는 양호한 현금유입에도 불구하고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회계상 배당가능이익이 감소해 고배당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번 무상감자로 이런 우려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도 액면자본금의 150%를 초과하는 법정준비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전환해서 향후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좋게 평가했다.
이들은 쌍용양회가 이번 감자로 배당을 증액하기보다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올해 쌍용양회의 주당 배당금을 연간 450원으로 전망했다. 쌍용양회는 분기배당주로 1분기와 2분기 110원씩 배당했다. 그는 3분기에도 110원을 배당한 후 4분기에 120원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까진 문제될 것이 없는데 우선주가 말썽이다. 쌍용양회 경영진은 우선주를 감자하지 않고 전량 유상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돈을 주고(유상) 주식을 없앤다(소각)는 것이다.
회사가 쌍용양회우 주식을 소각하는 대가로 주는 돈은 주당 1만5500원이다. 날짜도 정해졌다. 내달 11일까지 1만5500원에 매수 주문을 낼 테니 그 가격에 팔라는 것이다. 만약 그때까지 팔지 않으면 이틀 후인 13일에 주당 9297원만 지급하고 전부 소각시키겠다고 밝혔다.
간혹 상장기업이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회사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이 낮다며 끝까지 버티는 주주들이 있다. 버티면 회사에서 공개매수가격을 높여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회사가 주식을 없애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11일까지 팔지 않으면 진짜로 주당 9297원만 받고 주식은 계좌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유상소각 절차를 감안하면 쌍용양회우 주가는 회사 측이 제시한 1만5500원 부근에서 거래되는 것이 정상인데, 이 주식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6만6300원까지 급등한 것이다. 비정상적인 흐름이다.
쌍용양회우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반가운 일이다. 1만5500원보다 높은 값에 팔아서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단, 지금 팔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9297원만 받고 주식을 내줘야 할 수도 있다. 버틴다고 무얼 더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즉 지금은 상장폐지를 앞두고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터지는 날짜가 정해진 시한폭탄이다.
전체 우선주 발행주식 154만주 중에 대주주 보유 물량을 뺀 주식 수가 약 30만주에 불과하다 보니 누군가가 상장폐지 전에 주가를 올려 이익을 얻겠다며 폭탄을 만든 것으로 의심된다.
따라서 지금은 주가 급등에 눈이 팔려 쫓아 들어갈 게 아니라 당장 탈출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본인이 폭탄을 떠안고 자멸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은 한국거래소가 하루이틀 거래를 정지시킬 수도 있다. 폭탄 돌리기 과정에서는 거래정지 후 ‘점하’로 돌변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