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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플랫폼 노예
입력 : 2020-11-02 오후 6:38:24
미국이 신흥 공업 대국으로 성장한 요인에는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의 ‘노예제 폐지’가 한 몫 한다. 노예 해방을 위한 인권과 인도주의적 측면으로 서술된 역사책과 달리 오늘날의 해석은 노동력이 필요한 두 집단 간의 싸움으로 고취(鼓吹)하고 있다.
 
상공업으로 값싼 노동력이 절실했던 북부와 농업 일꾼이 필요했던 남부 영농지주 간 대립각은 1863년 1월 1일 노예 해방 선언에도 불구하고 2년 반이 지난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에서 마지막 해방을 맞았다.
 
온갖 학대와 인간존엄을 유린당하던 농장의 흑인 노예들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1852)’을 떠나 자유를 얻었지만 굶주림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배를 곯지 않기 위해 일을 해야 했고 공장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또 다른 노예생활이었다.
 
머나먼 아프리카 터전을 떠나 노예 생활을 한 이들은 해방 후 노동력 착취로 애환을 달래야했고 재즈는 이들의 시름을 달래는 탈출구였다. 전쟁 후 흑인들과 북부 사람들이 재건한 뉴올리언스가 재즈의 발상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노동력은 공업화 발달로 이어졌고 라디오의 등장은 재즈를 알렸다.
 
미국 재즈 공연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펑크를 낸 재즈 공연자를 대체할 연주자를 구하기 위해 임시계약을 해야했다. 즉, 자영업자·연주자 간의 하룻밤 임시직 계약은 ‘긱 경제(Gig Economy)’의 시초다. 정규직 대신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구해 임시로 계약하는 등 단기간 일을 맡기는 형태의 긱 경제는 4차 산업을 앞두고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산업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만 있으면 전통적 기반의 기업처럼 큰 투자가 필요 없는 혁신적 시스템이다. 설비 등 공장이 필요 없고 직접고용도 필요 없이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시장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플랫폼 성장으로 얻어진 독점화는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독식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
 
자동차도 없이 모든 택시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우버는 늘 논란의 중심이었다. 구글(알파벳)의 경우는 2010년대 초반 2000억 달러에도 못 미친 시가총액이 8931억 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전통기반인 제너럴 일렉트릭과 비교해 고용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혁신을 논하기 전 전통적 산업의 고용형태와 달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문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플랫폼 산업이 디지털화 시대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간 노동력을 착취하는 ‘플랫폼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 제도권에서는 소수의 사람이나 소수의 회사만 부를 독식하는 ‘승자의 독식’이 될 확률도 높다.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석학인 마셜 밴 앨스타인 보스턴대 교수와 플랫폼 싱킹 랩스 설립자인 상지트 폴 초더리, 제프리 파커 다트머스대 교수가 공동 저술한 ‘플랫폼 레볼루션’을 보면, 플랫폼의 적합성을 놓고 통제와 자율을 논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 남용, 대중 조작, 혁신 지연은 정부가 플랫폼 시장에 언제 개입해야할지를 말해준다.
 
사후적 규제를 일삼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독 사전적 규제인 플랫폼법을 들고 나선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떠났던 그들의 절규가 새로운 플랫폼 노예로 우리의 목을 조여올지 모른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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