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등을 매매할 수 있게 된 후부터 연금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가입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에서 개설한 연금저축 계좌와 IRP 계좌에서는 ETF를 사고 파는 것이 가능하다. 단 연금저축에서는 리츠와 인프라펀드, 부동산펀드를 담을 수 없고 IRP에서는 가능하다. ETF 중에서도 원유나 금 등 선물에 기반한 파생펀드는 연금저축에서는 투자 가능하지만 IRP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IRP에서는 위험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의 70%를 넘을 수 없다.
이 조건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다양한 ETF 상품을 활용해서 개별종목 투자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주로 주식투자 경험이 많은 가입자들이 직접 연금자산 운용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연금자산을 ETF 등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일반 주식 투자와 다른 노후대비용 자산이란 특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차익 목적의 매매보다는 적절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꾸린 뒤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하는 등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일단 투자할 자산을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으로 구분한 뒤 국내와 해외로 나눠 적당한 후보상품을 선별해 놓는 것이 먼저다. 상품 구성에서는 리츠 투자가 가능한 IRP 쪽이 좀 더 유연한 편이지만 위험자산 비중에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에 연금저축 계좌와 연계한 총괄적인 배분이 필요하다. 리츠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겠다면 IRP 계좌에 담되 70% 제한을 감안해 채권도 함께 넣는 것이 좋겠다. 국내 및 해외주식과 원자재 투자는 연금저축 계좌를 이용하면 된다.
주식 ETF의 경우 투자대상을 코스피, 다우 등의 주가지수로 넓게 잡을 것인지 특정 섹터로 좁힐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금계좌에 나스닥 ETF를 담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는 바이오나 ‘FANG’으로 대상을 더 좁힌 투자자들도 있다. 개별종목 투자를 대신하겠다면 섹터 ETF가 더 효과적이겠지만 이것이 연금자산 운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해외자산 투자일 경우 환율 헤지 여부도 중요하다. 예전엔 환헤지 펀드임을 의미하는 ‘H’가 붙은 ETF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언헤지(UH) 상품도 많다. 국내 투자를 보완할 목적의 해외 채권 및 달러 ETF라면 노출시키는 쪽이 맞다.
연금은 장기간 운용하는 상품이므로 운용보수도 중요하다. 같은 지수나 흡사한 대상을 추종하는 ETF인데도 보수 차이가 큰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나스닥을 추종하는 ETF의 경우 TIGER미국나스닥100의 운용보수는 0.49%, KODEX미국나스닥100선물(H)는 0.45%지만 최근에 상장한 KINDEX미국나스닥100은 0.09%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단기성과는 별 차이 없겠지만 장기간 누적되면 제법 벌어지게 될 것이다.
투자 가능한 ETF 상품이 많다고 너무 많은 종류를 편입하는 것도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6개 종목을 담은 뒤 더 나은 대체상품이 있다면 리밸런싱할 때 교체하면 된다.
한편, 모든 연금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액티브펀드가 있다면 함께 투자하는 것이 전제 연금자산을 불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