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후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한 가운데 이르면 이달 초 검찰 고위·중간 간부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인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전임인 추미애 전 장관 당시 논란이 됐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대한 인사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낼지도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공식 일정으로 윤석열 총장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는 검찰 간부 인사에 대한 의견도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지난달 28일 취임 첫 일정으로 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에 출근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사 문제가 중요한 급선무인 것 같다"며 "현황 파악을 시작했고, 일단 원칙과 기준이 중요한 것 같아 그런 부분에 대해 지금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전 말씀 드린 것처럼 원칙과 기준을 다듬은 뒤에 윤석열 총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내달(2월) 초쯤 나름의 인사 원칙과 기준을 갖고 (윤 총장을) 만나 뵐 수 있지 않겠느냐"며 "2월 초쯤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총장이 엄연히 현존하고 있고, 법상 검사들의 인사에서 보직 제청은 장관이 하고, 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며 "법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전임자인 추 장관은 지난 해 1월 초 고위 검찰간부 및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해 검찰청법에 따라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의견 반영은 없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검찰 인사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지만, 윤 총장은 법무부 검찰국에서 초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그동안의 검찰 인사 관행에 따른 의견 조율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대검검사급 검사 32명에 대한 신규 보임과 전보 인사를 단행했으며, 윤 총장의 참모 역할을 맡았던 대검 지휘부가 대거 교체했다.
당시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들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차장검사로 함께 근무하는 등 최측근으로 불린 인물이며, 대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를 각각 지휘했다.
윤 총장을 보좌했던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는 대전고검장으로,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이두봉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대전지검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등검사장급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에 신규 보임됐으며, 조국 전 장관 재임 때부터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했던 이성윤 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이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법무·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 이 시점을 '추-윤'전쟁의 발발시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법무부와 여당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직권을 남용했다면서 형사고발한 데 이어 탄핵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8월 추 전 장관 취임 후 두 번째로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도 추 장관의 기조는 이어졌다.이전 인사보다 6명이 적은 대검검사급 검사 26명에 대한 신규 보임·전보 인사가 단행됐다. 당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이른바 '검언 유착' 수사를 지휘한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