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올해 한국 나이로 70세가 된 리암 니슨이다. 하지만 여전히 리암 니슨의 액션은 현재 진행형이다. 나이를 잊은 그의 액션은 ‘어니스트 씨프’에서 다시 한 번 진면목을 보여준다.
해병대에서 폭파 전문가로 복무했던 톰(리암 니슨 분)은 8년간 7개 주, 12개의 은행을 털어 900만 달러의 현금을 훔쳐 개인 창고에 보관한다. 톰은 자신의 돈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찾았다가 그곳의 직원 애니(케이트 월쉬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후 손을 씻은 톰은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된다.
애니에게 청혼을 한 톰은 자신의 과거를 말하려고 하지만 결국 말을 하지 못한다. 그리곤 FBI에 연락을 해 자신이 훔친 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감형을 요구한다. 그러나 FBI의 베이커(로버트 패트릭 분)과 마이어스(제프리 도노반 분)은 단순한 장난 전화로만 치부를 한다. 베이커의 지시로 형식적인 조사에 나선 FBI요원 니벤스(제이 코트니 분)와 홀(안소니 라모스 분)은 거액의 돈을 발견한 뒤 욕망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한다.
‘어니스트 씨프’는 정직한 도둑이라는 뜻으로 도망쳐야 할 범죄자가 자수를 결심하는 순간 선이었던 FBI가 악이 되면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룬다. 흥미로운 점은 니벤스와 홀의 태도다. 거액의 돈을 발견한 두 사람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먼 FBI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그들은 목숨 걸고 현장을 뛰어 봤자 살아서 연금이나 받으면 다행이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톰이 은행을 털게 된 계기도 결국 돈 때문이다. 톰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성실히 일했으나 해고가 됐다. 더구나 대표가 돈을 횡령하는 바람에 퇴직금조차 받지 못했고 결국 톰의 아버지는 회사 대표가 고용한 변호사들을 이기지 못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 때문에 분노한 톰은 대표가 돈을 맡겨 둔 은행에서 아버지가 평생 번 것보다 많은 돈을 털었다.
부패한 FBI 요원들이나 톰의 아버지의 공통점은 노동의 대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할 때 노동자가 어떤 식으로 가진 자의 것을 뺏게 되는 지를 모여주는 셈이다. 여기에 파병을 나가 남의 나라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군인들의 이야기까지 더했다. 결국 영화가 이야기하는 본질은 사회가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선과 악이 뒤바뀌고 누명까지 쓴 은행강도가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전직 해병대 출신의 톰의 총질부터 폭파, 격투가 펼쳐진다. 액션의 완급 조절도 탁월하다. 과하지 않은 적당한 액션이 톰이라는 캐릭터에 더욱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렇다 보니 리암 니슨의 액션보다는 톰이 부패한 FBI에게 맞서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 집중하게 된다. 리암 니슨표 영화답게 통쾌한 복수로 시원시원한 결말을 선사한다.
'어니스트 씨프'. 사진/올스타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