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성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김재영·송혜영·조중래)는 18일 피감독자간음, 강제추행 등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각각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한 1심은 정당하다고 본다"며 "김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에 따르는 가사도우미나 비서를 강제추행하고, 간음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이 사건 범행 후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해 모두 처벌을 바라고 있지 않다"면서 "김 전 회장이 대부분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반성하며 1944년생으로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정상들과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 자료를 참작하면 1심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검찰과 김 전 회장 측의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시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비서였던 B씨를 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지난달 19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을 파기하고, 1심 구형대로 선고해 달라"면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상당 기간 범행했고, 횟수도 수십회로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도 상당하다"며 "진정으로 범행을 뉘우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외로운 처지였고, 더구나 남녀관계에 대한 인식이 70년대, 80년대에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자신에 대해 뭔가 특별한 감정이 있구나 오해해 이 사건으로 이어졌다"며 "물론 자기 잘못을 오해로 덮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1심은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에서 모순되거나 기록상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술 신빙성이 높다"면서 김 전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가사도우미와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