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사권 개혁법령이 시행 중인 가운데 법무부가 올해 새 형사사법 시스템의 안착에 집중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8일 청와대와 정부과천청사, 정부세종청사 간 3원 연결 영상 방식으로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1년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우선 법무부는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수사지휘 폐지 등에 따라 고소인 등 이의신청, 경찰 보완수사 요구 등 새로운 형사사법 절차를 가동할 예정이다. 일선 검사와 직원들의 업무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무연수원에 신설 제도에 대한 교육 과정을 편성해 타깃형 교육도 진행한다.
또 신설되는 검·경 간 수사기관협의회 등을 통해 제도 시행 시 제기되는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고, 영장 관련 경찰 이의를 위해 설치되는 고검별 영장심의위원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 형사사법 시스템에 맞도록 검찰 조직을 개편한다.
개혁법령 시행 이후 일선 청의 업무 변화와 실증적 통계에 기초해 조직·인력을 진단한 후 검찰 조직 개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직접수사부서를 개편해 수사 인력을 재배치하고, 경찰과 중요 사건 수사 협력을 담당하는 '수사협력부서', 인권 보호와 사법 통제 업무를 전담하는 '인권보호 전담부서'를 신설한다.
기존 형사부 검사실을 공판준비형으로 개편하고, 공판부 인력과 조직도 대폭 보강할 예정이다.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내년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제한되는 것에 따라 이제는 조사 위주가 아니라 법정에서의 공판을 준비하는 기능 중심으로 형사부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에 대한 방안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법무부는 수사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검사의 인권보호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수사·기소 분리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무엇보다도 검찰 직접수사 축소에 따른 부패·경제·금융 범죄 등에 대한 국가 수사 역량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별도 수사기관 신설, 특별사법경찰 강화, 전문수사 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심우정 실장은 "그동안 검찰의 수사권한 남용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 때문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 방안에 대해 검토가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지금은 1월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안착하고, 반부패수사 역량이 후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법무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국회나 검찰 등 유관기관과 충분히 소통해 국민 여러분이 공감하고 걱정하지 않는 방안이 마련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해 8월13일 서울고검에서 '형사사법 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무부는 공정한 검사 인사를 위해 전보와 파견 기준, 복무평정 항목과 방법 등 인사 원칙과 기준에 관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검찰인사위원회를 실질화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검사 인사를 진행하고, 검사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와 방식을 규범화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감찰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법무부 직접 감찰제도를 정비하고, 검찰의 자체 감찰에 대한 법무부의 사후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암행 감찰, 검사 적격심사 자료 수집, 승진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 검증 등 상시적 감찰을 활성화해 업무 청렴성도 확보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출범한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을 통해 아동학대 사건의 실태를 조사하고 원인을 분석해 아동인권 중심으로 형사사법 체계를 개선하고, 유관기관 간 소통·협력 등 선진적 아동보호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특화된 재범 방지 조처를 시행할 계획이다.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처벌법 제정도 추진한다.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계기로 교정시설 입소 시 신속항원 검사, 2주간 격리 수용 등 특별방역 조처를 시행하고, 현장 지휘·방역 대책 등을 총괄하는 코로나19 대응전담팀을 운영해 교정시설 내 감염병 유입과 확산을 차단할 예정이다.
범죄자에 대한 종합적 관리 체계로 '스마트밴드', '생체신호 감지 레이더' 등 지능형 수용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용자 이송·배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차세대 교정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재범 방지를 위한 사회 내 범죄자 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자동관제 시스템 운영, 음주감응 전자발찌 개발, 고위험 정신질환자 또는 알코올 등 중독자에 대한 '형 집행 종료 후 치료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심 실장은 "기존 치료감호 제도는 정신질환 등이 있는 범죄자에게 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치료감호로서 형을 대체하는 제도"라며 "이에 반해 형 집행 종료 후 치료명령 제도는 정신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등 중독자인 범죄자가 형을 마치고 사회에 복귀했을 때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형과는 별도로 법원의 명령에 따라 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정 이자제한법 시행령을 시행해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차임증감청구권 제도를 안착시킬 방침이다.
또 국선변호를 수사 중인 피의자에게 확대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국민의 사법 접근성 향상을 위해 여러 기관에 산재한 법률구조를 통합하는 '사법지원일원화'를 추진한다. 법조계 전관 특혜를 근절하기 위해 공직 퇴임 변호사의 수임제 한 기간을 연장하고, 이른바 '몰래 변론'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전관 변호사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는 변호사법 개정도 추진한다.
특히 1인 가구를 포함해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수 있는 법무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와 관련해 '사공일가(사회적 공존·1인 가구) 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친족, 상속, 주거, 보호, 유대 관점에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개선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교정시설의 적정한 수용률을 유지하기 위해 교정시설 신·증축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교정시설 건축 관련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방안도 모색한다.
심 실장은 "교정시설의 수용 인원은 연 110% 이상으로 과밀 수용인 상태"라며 "교정시설 과밀 수용 해소를 위해 법무부는 단기적으로는 수용동 증·개축 사업을 통해 수용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노후 교정시설의 재건축 또는 신축 사업을 단계적으로 계획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인 수용 공간 확대 이외에도 가석방을 확대하거나 교정기관 간 조절 이송을 통해 수용 밀도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체계도(1월1일 현재). 사진/법무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