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화웨이가 미국 제재에도 안정적 성장을 거두며 향후 디지털화 흐름 속에서 클라우드·통신장비 사업에 집중할 방침을 밝혔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의 타격은 인정하며 기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더불어 운영체제(OS)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31일 열린 '2020년 연차보고서 설명회'에서 "미국이 가한 제재와 압박은 화웨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며 "특히 스마트폰 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공급망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트럼프 정부부터 화웨이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2019년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제3국이 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할 때 미국 상무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이같은 직접적인 스마트폰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이 31일 열린 '2020년 연례보고서 발표회'에서 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중계 캡처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 위축 속에서도 기타 다른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성장과 서비스 OS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현재 ''완벽한 인공지능(AI) 라이프'로 대표되는 '1+8+N' 전략을 추진 중이다. 1은 스마트폰, 8은 △스마트TV △태블릿 △PC △자동차 △이어버드 △워치 △글래스 △오디오 등 기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또한 N은 사물인터넷(IoT) 하드웨어 등 생태계 파트너의 참여를 말한다.
화웨이는 하모니OS 출시, 화웨이모바일서비스(HMS) 생태계와 함께 스마트 오피스, 피트니스·헬스, 스마트홈 등을 중심으로 모든 기기를 통한 지능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켄 후 회장은 "지난해 스마트폰 단말에서 하락했지만 '+8'와 같은 기타 단말에서 크게 성장해 스마트폰 하락을 대부분 상쇄했다"며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에서 스마트폰은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2020년 8914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8%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순이익은 같은 기간 3.2% 증가한 646억위안이었다. 캐리어, 엔터프라이즈, 컨슈머로 나뉘는 사업별로는 캐리어 비즈니스가 전년 대비 0.2% 성장했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는 전년 대비 23.0% 성장했고,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된 컨슈머 비즈니스 역시 같은 기간 3.3% 성장에 성공했다. 화웨이는 올해도 이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클라우드·디지털전환 사업을 집중해 통신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켄 후 회장은 "기업 디지털화가 빨라지는 것은 화웨이의 전략과도 연결된다"며 "화웨이의 비즈니스 방향은 ICT 인프라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