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미국이 오는 2022년까지 3G(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한다. 3G 주파수를 정리해 LTE와 5G 등 신규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3G망 폐쇄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아직 530만명이 넘는 고객이 3G를 사용하고 있어, 당분간 3G 서비스를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최근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3G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진/버라이즌 홈페이지 갈무리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 기업인 버라이즌은 오는 2022년 12월 31일 3G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최근 밝혔다. 버라이즌은 지난 2016년부터 3G 네트워크를 해체해왔다. 당초 목표는 2019년이 되기 전까지 3G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날짜는 2020년 말로 연장됐고, 최근 2022년 12월 말로 한 차례 더 연기됐다.
버라이즌 관계자는 "고객에게 (LTE나 5G로) 옮겨갈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 다시 공지하는 것"이라며 "이 날짜는 다시 연장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현재 버라이즌 고객의 99% 이상이 LTE와 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3G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고객은 1% 미만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버라이즌을 마지막으로 미국의 3G망은 대부분 폐쇄될 예정이다. T모바일은 2022년 1월 1일을 3G 서비스 종료 목표일로 정했고, AT&T는 2022년 2월 3G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버라이즌이 약 35%, AT&T가 34%, T모바일이 30%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이후 미국에서 사실상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은 주파수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3G 서비스를 중단하는 추세다. 독일의 텔레포니카와 보다폰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1~2년 안에 3G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도 오는 2025년까지 3G망을 폐쇄할 계획이며, 일본의 NTT도코모는 2026년 3월 말을 목표로 3G 회선을 닫는다.
이동통신 서비스 세대별 생애주기.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통사들이 쇠퇴기에 들어선 서비스를 정리하는 이유는 한정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가 도입되면 기존 서비스는 감소기에 접어들고 3~5년 후 쇠퇴기로 전환된다. 정부는 서비스 쇠퇴기에 진입한 시점에서 기존 주파수를 진화된 기술로 전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006년 도입된 3G 서비스는 2011년 LTE(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과 함께 감소기에 접어들었다. 정부와 이통3사는 지난 앞서 3G 주파수 폭을 두 차례에 걸쳐 축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3G 망 이용 회선은 530만3287개로 이동통신 전체 회선(7082만6956개)의 약 7%에 달한다. 이 중 절반가량인 264만3186개가 알뜰폰을 이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41만개, 125만개의 3G 회선을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G 서비스를 건너뛰고 LTE를 바로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3G 이용 고객은 대부분 알뜰폰을 사용하는 고령층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직 구체적인 3G 종료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아직 2G 서비스도 완전히 종료하지 못한 상태다. KT와 SK텔레콤에 이어 LG유플러스가 오는 6월 말 2G망을 폐쇄하면 국내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비로소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3G망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월 3G 고객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종료할 만큼 적지는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G를 종료하면서도 반발이 꽤 심했는데, 그보다 사용자가 많은 3G는 아직까지 사용성이 있기 때문에 종료했을 때 저항이 더 클 것"이라며 "5G 주파수에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3G와 함께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