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 부산 재·보궐선거 결과의 후폭풍이 거세다. 20대 총선, 19대 대선,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현 여권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뒤집혔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가 등을 돌렸고, 특히 2030 남성의 경우 분노를 넘어 증오의 정서를 보이는 경우마저 발견된다. '샤이 진보'는커녕 '앵그리 진보'가 등장한 것이다.
1. 2030 분노의 근간
2030세대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IMF 시절 이상의 고통을 겪고 있다. 사회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기존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넘어 5포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 인간관계), 7포세대(5포세대+꿈, 희망)로 점점 악화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이후 급격히 뛰어오른 집값, 부동산 불로소득로 인한 양극화 및 그에 따른 좌절감이 2030세대들을 더욱더 분노케 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자신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등을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만 무색하다.
결국 현재의 정치권력에서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권력으로 지지를 바꾸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다. 여권 지지층 일각의 '2030 역사교육이 덜 됐다', '정치의식이 약하다'는 식의 발언은 지금의 2030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셀프 꼰대 인증'일 뿐이다.
2. 2030 분노를 키운 남녀갈등
일베(일간베스트)와 메갈(메갈리아)의 갈등은 어느새 2030세대 남녀 갈등으로 전이된 지 오래다. 성차별 논란이 성 대결 양상으로 번졌고, 문재인정부는 그 가운데 끼어있는 모양새다.
2030여성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성차별을 넘어 여성혐오가 만연해 있다고 주장한다. 소라넷 논란, N번방 사건, 미투 운동, 강남역 살인사건 등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위협받거나 고통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문재인정부가 페미정부를 자인하고 있지만, 딱히 여성의 삶이 좋아지거나 안전해졌다는 체감이 안된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2021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1)'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56개국 가운데 한국이 102위로 나타났다. 1위는 아이슬란드가 차지했고, 미국 30위, 중국 107위, 일본 120위 등으로 나타났다. 최하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반면 2030 남성들은 남성 전체를 기득권 취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변한다. 특히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20대 남성들은 공무원 시험 등 취업시장에서 여성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는 등 불이익을 종종 당한다. 30대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결혼과 연애 시장에서 '을'의 위치를 감수해야 한다.
이에 2030 남성들은 40대와 50대 여성이 과거 차별을 당한 것은 인정하지만, 2030세대 여성들은 차별이 아닌 일종의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 문재인정부 들어 남자들의 역차별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한국은 성평등 순위에서 10위,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3. 어설픈 '페미정부'의 한계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했고, 문재인정부는 다양한 성평등 정책을 추진했다. 민주당도 여연·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계 인사들을 비례의원 등으로 적극 영입하며 정치세력화를 지원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형 페미니즘의 주류로 떠오른 '래디컬(극단주의) 페미니즘'이 다소 '남성 혐오'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 페미'로 불리는 오세라비 작가는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반세기 전의 래디컬 페미가 우리나라에 뒤늦게 막 상륙을 해서 사람들에게 '단절의 고통'을 주고 있다"며 "그 옛날 이론을 끌고 와서 모든 건 가부장제 탓, 남성 중심 사회 탓이라며 남녀 갈등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문재인정부=페미정부=남혐정부 라는 도식이 그려지는 것으로,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문재인정부를 향한 2030세대 남성들의 지지는 점점 약해질 수 밖에 없다.
4. 1년 안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가장 시급한 것은 IMF시절 이상의 고통을 받고 있는 2030세대의 괴로움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청년세대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거나 희망을 줄 수 있어야 2030세대들이 문재인정부와 현 여권을 향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생활고로 인한 '알바지옥', '비정규직 지옥'에서 헤메는 사회에 과연 바람직한 미래가 있을까. 막연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근거없는 공수표가 아닌, '청년기본소득'의 전면적인 도입, '일자리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 등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남녀갈등 문제 해결에는 2001년 출범해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여성가족부의 명칭과 역할 재조정이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그간 여성운동에 잔뼈가 굵은 여성 사회운동가나 여성 정치인들이 여가부의 수장을 맡아오면서 여가부가 가족보다는 여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페미니스트 양성에만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았다.
이제 곧 단행될 문재인정부 마지막 개각에서 여가부 장관에 남성을 임명하는 파격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을 지키는 것에 여성과 남성이 따로 있지 않을 것이다. 육아에 적극적인 '라떼파파', 남녀공동육아에 관심을 둘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