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전문하사제를 중심으로 한 징병제와 모병제 혼합 방식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군 복무기간 단축을 내놓았다. 또 심상정 전 대표는 2025년 한국형 모병제를, 현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선택적 모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권주자 상당수가 모병제를 전제로 한 국방개혁의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한 셈이다.
25일 <뉴스토마토>가 모병제와 관련한 국회 정책자료집들을 분석한 결과 정치권의 논의는 지난 2005년 박찬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병역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주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남북 대치상황과 경제적 여건·병력 충원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모병제 논의가 사실상 금기시됐다. 하지만 연천 최전방 GP 총기난사 사건 이후 징병제의 폐해가 거론되면서 모병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징병제라는 의무 복무제도 속에서 연간 10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명의 의가사 제대(군복무 부적격 판정), 병영이탈이 지속된 결과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지원제로 전환될 경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저소득층 및 저학력 집단으로 병사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져 국가 제도가 갖추어야 할 사회적 대표성 문제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최근 논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남녀평등복무제와 모병제를 제시하면서 시작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대선을 앞둔 각 주자들의 단골 의제였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18개월 복무 단축을,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병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의 모병제는 전문하사제를 중심으로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해 앞으로 모병제 전환을 염두에 두겠다는 공약이었다. 2014년에는 당 대표를 지내며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간부 위주의 모병제 전환을 언급하기도 했다.
모병제 주장을 꾸준히 이어온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16년 "'인구절벽'은 모병제 도입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현재 한국군 병력은 63만 명이고 2022년까지 52만 명으로 감축할 계획이지만, 2025년 도래하는 '인구절벽'으로 장병 수급이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지원병에게 9급 공무원 수준의 월급 2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였던 남 전 지사가 보수 진영의 금기를 깬 모병제 주장을 한 것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에서는 "모병제가 되면 가난한 집 자식만 군대에 가게 된다"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정의당 대선주자인 심상정 전 대표도 2025년 한국형 모병제 도입을 주장했다. 정의당은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국형 모병제'로 2025년까지 군 병력을 4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면서 의무복무 기간을 6개월로 줄이고, 복무를 마친 징집자 중 원하는 이들을 선발해 4년 전문병사로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전문병사에게는 간부 지원 자격을 부여하고 간부 20만 명, 전문병사 10만 명, 의무병 10만 명으로 이뤄진 40만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선택적 모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의무복무병을 13만명 줄여 복무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하고, 전투 전문 요원을 10만명 모병해야 한다"면서 "모병된 10만명에 대해서는 1인당 3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주면 3조원 정도라서 감군으로 생기는 절감액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냥 모병제를 하면 먹고살 만한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징병으로 하되 원하는 사람은 모병제처럼 장기 복무의 기회와 함께 충분한 보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인지방병무청에서 열린 올해 첫 징병검사에서 입영 대상자들이 신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