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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산사고에 무감각해진 증권사들
입력 : 2021-04-26 오전 6:00:00
증권부 우연수 기자
"우리 회사(증권사)만의 문제가 아닌거 알잖습니까"
 
최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스템 사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로부터 빈번하게 듣는 말이다. 다른 회사에서도 전산사고가 일어나는데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뉘앙스다.
 
최근엔 일반 주식 거래 뿐만 아니라 공모주 청약에도 동시 접속자가 몰리면서 증권사 서버가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올해 첫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상 최대 규모인 64조원의 증거금이 모집되는 열기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6곳의 MTS가 순차적으로 마비되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신한금융투자의 HTS와 MTS가 이삭엔지니어링 공모주 일반 청약 마감날 전산 오류를 일으켰다.
 
문제는 증권사 HTS·MTS 오류는 투자자 불편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에 금전적인 손해를 미친다는 점이다. 실시간 시세에 대응해야 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반나절 가까이 시스템이 '먹통'이 된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대기업 IPO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공모 규모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페이지, 야놀자 등이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공모주 '균등배분제'가 시행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청약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번 주 예정된 SKIET 청약까지 중복 청약을 허용하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일반 청약에 몰릴 것은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증권사의 해명처럼 이런 전산 오류는 주식 직접투자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접속자가 몰리기 때문에 시스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권사의 해명은 지난해까지는 통하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 패턴의 '실수'를 반복하면 결국 실력이다. 증권사들은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난 이후 지난 1년 동안 전산 장애를 겪으면서 인프라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1년이 지난 지금도 시스템 오류는 여전하다. 오히려 단순 접속 장애를 넘어 일반 공모주 투자 오류 등 여러 전산장애로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전산 부문의 투자를 늘려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대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주식투자 초보자들이 유입되기 때문에 전산 사고 예방과 사후 처리를 안일하게 보는 시각도 느껴진다. 금전 거래의 기본은 신뢰다. 전산시스템 장애도 결국 신뢰 문제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신규 고객 유치는 커녕 기존의 충성고객들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증권부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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