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다 돼가니 대변을 안하고 본변을 하고 있다."
종부세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밝힌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을 향한 윤호중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원내대표가 자당 수석 대변인을 향해 내뱉은 말이지만 최근 당정간 지속되고 있는 엇박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이다.
실제로 종부세 완화와 관련한 당정간 엇박자는 계속해서 연출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은 26일 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기준 완화 여부에 대해 "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도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논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최 수석 대변인이 지난 25일 "세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없다"고 설명하면서 당정간 혼선이 계속해서 빚어지고 있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이미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은 13만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청원인은 은 위원장을 향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당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은 위원장을 거론하며 "암호화폐 정책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고 꼬집었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대부분이 20~30대인데 당이 2030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이다.
종부세도 암호화폐도 자꾸만 당정간 이견차가 나타나는 것은 사안에 대한 깊은 고민도, 당정간에 진지한 토론도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성격 규정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과세부터 하겠다는 것 역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조치다.
당정이 구상하는 정책은 신중해야하며 명확한 기조가 있어야 한다. 정책의 방향성이 중구난방된다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정책의 신뢰도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원인은 4·7 재보궐 선거의 패배다. 연전연승하던 당정에 이번 패배는 크게 다가왔다. 타격을 받은 당과 정부는 제각각의 판단으로 설익은 보완 정책을 섣부르게 내놨다. 그러면서 당정의 엇박자는 시작됐고,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정이 계속해서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말 레임덕을 가속화 시킬 우려도 있다. 때문에 당정은 각 정책에 있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공통된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 선거 패배로 당장 앞에 있는 나무를 볼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이라는 큰 틀의 숲을 보고 당정이 뭉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