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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더 큰 바보'는 나타날 것인가
입력 : 2021-05-14 오전 6:00:00
요즘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솔직하다. 암호화폐가 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관심이 없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올라타서 차익 실현하겠다고 인정한다. 아무 코인을 사놓고 반나절이면 '치킨값'은 벌 수 있다는 마음에 소액이라도 넣어둔 이들이 적지 않다. 암호화폐의 경제적 미래가치를 주장하던 지난 2017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도지코인이다. 올 초만 해도 한 개에 5원 안팎이던 도지코인 값은 600원대까지 치솟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하루 동안 사고판 도지코인 규모가 최대 17조원을 기록해 코스피 거래대금을 추월하는 일도 벌어졌다.
 
도지코인은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장난 삼아 만든 암호화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도지코인을 찬양하는 글을 계속 올려 유명해졌을 뿐 이 코인을 활용해 추진되는 사업은 딱히 없다.
 
그나마 암호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됐고 이런 희소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비트코인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선물이 개발되는 등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일말의 가치 부여가 가능한 비트코인 보다 도지코인과 같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를 칭하는 말)이 급등하는 현상을 두고 더 큰 바보이론(The greater fool therory)이 거론되고 있다.
 
이 이론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구매한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더 비싼 값에 사갈 '더 큰 바보'가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어떤 가격이라도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만든 사람은 저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는 야성적 충동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중요하게 봤다. 대다수 경제활동은 합리적인 경제적 동기에 따라 이뤄지지만, 때론 야성적 충동의 영향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암호화폐 투자가 '바보'라는 얘기가 아니다. '바보'라는 직역이 거슬리긴 하지만 결국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기본 법칙이다. 사려는 사람(수요)가 더 많으면 값이 오르고, 팔려는 사람(공급)이 더 많으면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식 역시 기업의 수개월 또는 수년치 미래 가치를 미리 당겨와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암호화폐에 돈을 넣은 투자자라면 투자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매시간 출렁이는 시세에 불안할 것이다. 작은 호재에도 환호하던 시장이 이제는 작은 악재에도 출렁이고 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이날(13일) 오전 7시30분 출근 시간. 자칭 '도지파더'라 일컫는 일론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트코인의 테슬라 결제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불과 석달만에 회사 방침을 바꿨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패닉 상태를 호소하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자고 일어났더니 5000만원이 날아갔다"고 한탄했다. 이 투자자는 대출 받은 돈을 도지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물론 머스크가 암호화폐를 응원하는 말 한마디를 또 내놓는다면 코인 가격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과대평가 여부와 상관없이 내 코인을 비싸게 사줄 '더 큰 바보'가 나타난다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마지막 바보가 아니겠지'라는 무조건적 믿음이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종용 온라인부장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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