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소비하는 동영상 콘텐츠도, 이를 소비할 플랫폼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시장 투자도 함께 확대됐다. KT의 콘텐츠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지니가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공개하자, SK텔레콤이 바로 다음 날 오는 2025년까지 자사의 OTT 플랫폼 '콘텐츠웨이브' 투자를 1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해외 대형 콘텐츠 사업자나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까지 들어오고 있다.
좋은 콘텐츠에 대한 갈망은 커졌다.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뛰었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오로지 자율 협상에 의해 책정된다. 시장 경쟁을 치열해지고 가격은 오르는데, 협상에 뚜렷한 기준이 없어 각자 입장만 주장하며 공회전하고 있다. 매년 바뀌는 콘텐츠의 위상, 다각화된 플랫폼만큼 늘어난 협상 테이블로 인해 양측은 비용 불확실성에 빠진 상태다. 사업자 간 갈등에 송출 중단으로 인한 시청권 위협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방송채널 대가산정협의회'를 구성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다. 협의회는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기준,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현황 및 지급 비율 등을 분석하고 공정한 사용료 배분 구조와 합리적인 채널 계약 방안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회가 출범한 지 반년이 가까워졌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올해도 하반기 콘텐츠 사용 대가 협상을 앞두고 양측간 기 싸움만 격화될 뿐이다. 최근 대형 콘텐츠 사업자(PP) 중 하나인 CJ ENM과 인터넷TV(IPTV) 사업자 간에 OTT에 제공하는 실시한 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을 놓고 성명서가 공개됐다. CJ ENM은 IPTV 업계가 수익배분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IPTV 업계는 CJ ENM이 과도한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협상력이 낮고 킬러 콘텐츠가 적은 중소형 콘텐츠 사업자는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프로그램 사용료가 높아지면서 자신들의 콘텐츠 값이 점점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협의회가 들고나올 결과물을 기다린다. 하반기 다가오는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을 앞두고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콘텐츠 시장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프라임 등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출까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이 혼란한 시장에서 '콘텐츠 제값'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최소한 방향성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줄일,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배한님 중기IT부 기자(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