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당개혁 의지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본경선 진출을 결정짓는 컷오프 여론조사 방식 자체부터 중진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 당 내부적으로 개혁 의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지지율 1위를 연이어 기록했다. 지난 12일 기준 한길리서치의 당대표 지지도는 불과 13.1%에 불과했지만, 그가 당대표를 선언한 20일 이후부터는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 조사기관의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9%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한길리서치의 조사 결과에선 30.1%로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지난 25일 리얼미터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이 30.3%로 부동의 1위였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도가 높고 국민의힘에 대한 개혁 의지가 높다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번도 당선된 적 없는 0선이지만 지난 10년간 원외에서 당에 대한 비판을 스스럼없이 해왔기 때문이다. 그간의 쓴소리로 국민의힘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내부적으로는 개혁의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8명의 당대표 후보 중 본경선 진출을 결정하는 컷오프 여론조사 방식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컷오프 여론조사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일반 여론조사 50%, 당원 투표 50% 비율을 반영한다.
문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무당파'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설계돼 있다. 역선택 방지 차원이지만 모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만큼 민심과 괴리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복지나 노동을 공약으로 외치는 당대표 후보들은 여당에 많아 무당층으로부터 선택받기 힘든 것이다.
당원 투표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당원이 많은 지역별로 여론조사 인원이 배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영남당' 별명을 가진 만큼 대구·경북 지역의 할당 인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구·경북에서 의정활동을 하거나 10년 이상 전국에서 자기 조직을 만든 중진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원 여론조사 조사대상 인원 1000명 중 호남지역 배정 인원은 0.8%, 즉 8명에 불과하다"면서 "수도권이 29.6%, 대구·경북 30%, 부·울·경 30.7%, 충청권0.1%, 강원·제주 4.2%, 호남권 0.8%"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지역별 당원비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1000명 중 8명은 너무하다"며 "아무리 호남지역 당원 비중이 적다고 할지라도 우리당이 전국정당으로 발돋음하고 수권정당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적어도 최소한의 5~10% 기본 할당을 적용하고 그 뒤 당원 비례 할당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당원은 "내부적으로는 말이 많다"며 "지역별로 할당 인원을 보면 완전히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선과 원외, 직기반이 없는 후보는 예비경선부터 불리하고, 본경선을 간다해도 룰 자체를 완전히 바꾸지 않는 이상 큰 이변은 없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본경선 진출을 결정짓는 컷오프 여론조사 방식 자체가 중진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 당 내부적으로 개혁 의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 모습.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