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국민의힘이 감사원에 자당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현희 위원장이 재임 중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권익위 조사를 받은 민주당은 물론, 조사를 의뢰한 정당들은 조사 권한이 없는 감사원에 의뢰한 것은 보여주기식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감사원을 방문해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대상은 자당 국회의원 102명 전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다. 조사범위는 부동산 취득 경위를 비롯해 비밀누설, 미공개정보 활용 등 직권남용과 관련된 부분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대변인은 "감사원 조사 의뢰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에 전수조사를 맡김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하고, 조사 방식과 결과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권익위에 의뢰한 소속 의원 전수조사는 사실상 셀프 조사이며, 면피용 조사였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는 그동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던 당 인사들의 이름은 빠져 있는 등 권익위 조사의 신뢰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조사 요구가 법에서 규정하는 직무감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조사 의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번 조사는 감사원이 공신력 있는 제3기관으로 철저한 의혹 규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감사원이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은 직무 감찰 대상 공무원(행정기관 사무와 소속공무원)과 관련해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단체들만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인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현행법상으로 불가능한 감사원 의뢰를 고집하는 국민의힘에 대해 시간 끌기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믿음직해서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한다면 차라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조사받겠다고 얘기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며 "국민의힘이 권익위 조사에 대해 정치적 이유를 들어서 이리저리 피하다가 이제 감사원 카드를 꺼내드는 게 이중적이고 뻔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비교섭단체 5당도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과 가족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 의뢰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각 당 원내 일정 관계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와 열린민주당 강민정 원내대표가 5당을 대표해 권익위를 방문했다.
정의당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가능하지도 않은 감사원 조사를 받겠다고 꼼수와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사원법 24조에 국회의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적혀 있음에도 감사원에 조사의뢰서를 제출한 것은 결국 부동산 투기가 밝혀질까 봐 두렵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강민국 원내대변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감사원에 자당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