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 2012년 직원 메일 등 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해 노동조합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문화방송(MBC)이 당시 경영진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해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MBC가 김재철 전 사장, 이진숙 전 기획홍보본부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김 전 사장 등이 MBC에 1865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2012년 2월 말 김 전 사장이 2년 동안의 재임 기간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그해 4월 김 전 사장으로부터 임명된 차모 전 정보콘텐츠실장은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임원들의 지적에 따라 '트로이컷'이란 프로그램을 MBC 인트라넷에 설치해 5월부터 8월까지 관제 서버에 저장된 자료들을 열람했다. 이후 노조가 '트로이컷' 설치와 도입에 반발하자 정식 도입이 중단됐고, 그해 9월 일괄 삭제됐다. 이 사건으로 고발된 차 전 실장은 2016년 6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노조와 노조원 강모씨, 이모씨 등은 2013년 MBC와 김 전 사장, 차 전 실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6월 노조에 1500만원, 강씨 등에 각각 150만원 등을 지급하란 선고가 확정됐다. 이에 MBC는 김 전 사장 등을 상대로 차 전 실장 등이 지급한 금액을 제외한 6218만원 상당의 변호사 비용을 지급하란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승소로 판단하면서 김 전 사장 등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MBC에 1865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차 전 실장이 원고 직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이 사건 노조 등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등 불법행위를 알게 됐으면서도 아무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함으로써 이에 가담했다"며 "그 동기에 있어서도 참작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의 이러한 행위는 원고의 이사, 또는 감사로서 원고의 이익에 반해 원고 직원들과 그 소속 노조 활동을 보호해야 할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한 임무위배 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 김재철, 이사 직함의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이 사건 불법 행위를 집행한 피고 이진숙은 업무 집행 지시자로서 이로 인한 손해를 원고에게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이 사건 불법 행위는 차 전 실장이 주도한 것"이라며 "피고들은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해 방조한 것에 불과한 점, 피고들이 자신의 임무해태 행위로 인해 직접적인 이득을 얻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피고들이 원고의 대표이사 등으로 근무하며 회사 운영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고들의 책임을 원고 청구액의 30%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난 2018년 5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MBC 장악' 1차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