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정부가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과학 분야의 균형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과 지방 연구 기관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지방 간 R&D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정과제 수행의 결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1일 열린 제3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에서 '2020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결과(안)'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집행액과 세부과제 수.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은 지난 2020년에 35개 부·처·청·위원회가 수행한 1022개 세부사업, 7만3501개 세부 과제에 대한 예산 집행 및 연구책임자 현황의 통계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사는 매년 국가 R&D 사업의 추진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효율적인 R&D 수행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오는 2022년도 국가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도 정부 R&D 총 집행액은 23조8803억원으로 20조6000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이는 지난 1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며, 집행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국가 R&D 총 집행액 증가율은 7.2%로 이전 정부(4.0%)보다 3.2%p 높다.
지난해 국가 R&D 집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지역 지원의 증가다. 연구수행 주체별 집행 규모를 보면, 지난해 국가 R&D 중 중소·중견기업 대상 국가 R&D 집행액 비중은 24.3%인 약 5조8000억원으로 21.9%였던 지난 2019년보다 약 2.4%p 늘었다. 특히 지난 2017년 중소기업 R&D 3조원 시대를 연 후, 만 3년만인 지난 2020년 3조9753억원의 집행액을 기록하며 중소기업 R&D 4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이석래 과기정통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R&D 의미가 굉장히 커지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다른 분야보다 많이 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투자해 대기업과 협력관계 측면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모습으로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방의 R&D 집행 비중이 수도권을 추월하며 지역 간 R&D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대전을 제외한 지방 R&D 집행비중은 39.6%(8조9000억원)로 수도권(31.7%, 3조1686억원)보다 약 8%p 앞섰다. 지방 R&D 비중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5%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대전광역시는 지역적 특성으로 R&D 집행이 집중돼 전체의 28%인 6억3625억원을 차지했다. 경남 사천시(5.2%), 경기 성남시(6.2%), 경남 창원시(2.4%), 세종특별자치시(2.3%)가 뒤이었다. 이 국장은 "지역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되는 것은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추격형 R&D 모델'을 탈피하고 '선도형 R&D 모델'을 추구하기로 하면서 관련 기초연구 투자 및 신진 연구자 발굴 지원도 대폭 추가됐다. 지난해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지원사업' 집행액은 2조원으로 전년도 집행액(1조7000억원) 대비 18.3% 인상됐다. 융합 분야의 총 집행액도 전년 대비 24.6% 증가한 3조203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 국정과제에 따라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지원사업 투자를 지난 2017년 1조26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2년 2조52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다. 아울러 연구개발 혁신 생태계 체질 개선을 위해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하고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과제 당 평균 연구비는 전년 대비 10.8% 증가한 3억2000만원, 연구책임자 1인당 평균 연구비는 10.4% 늘어난 3억9700만원으로 조사됐다. 40세 이하 신진 연구자의 1인당 연구비는 1억5000만원으로 지난 2019년보다 26.3% 확대됐다. 총 연구책임자는 2019년보다 5.3% 확대된 4만6937명이었는데, 이 중 여성 비중은 17.4%인 8154명으로 지난 2016년 대비 2.8%p 늘었다.
이경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1일 오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3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 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석래 국장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R&D 비용을 늘려 GDP 대비 세계 2위, 절대 규모에서 5위 정도로 글로벌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며 "R&D 투입 성과는 10년, 20년 격차가 존재하다보니, 이후 성과 측면을 비교하는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