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미국과 일본으로 유출됐다 돌아온 고종의 국새 4점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28일 국새 대군주보, 국새 제고지보, 국새 칙명지보, 국새 대원수보 등 4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2019년 말 재미교포 사업가가 우리나라에 기증한 것으로 국새 4점 모두 해외로 반출됐다 돌아온 환수문화재다.
국새 대군주보는1882년 고종이 외국과의 주요 조약 날인에 쓰기 위해 새로 제작했던 국새 6과 중 유일하게 전해지는 실물이다. 아울러 1946년 일본에서 환수한 대한제국 '국새 제고지보' '국새 칙명지보' '국새 대원수보'까지 총 4과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국새 대군주보'가 만들어진 19세기 말 조선왕실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당시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 체결을 앞두고 고종은 국가의 상징물인 국기와 국새를 함께 만들도록 명했고 무위영(고종대 궁궐 수비를 맡은 관청)에서 호조 예산을 지원 받아 완성했다. 그전까지 명과 청으로부터 각각 받은 '조선국왕지인'을 국새로 썼던 조선이 자주독립국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후 1897년 10월11일 대한제국이 선포돼 국새도 '대한국새'를 새로 사용하게 되면서 구한말 국새들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대군주보를 제외한 나머지 5과의 행방은 알려진 바 없다.
문화재청은 대군주보에 대해 "갑오개혁을 전후한 국제정세의 변화와 이에 대한 조선의 대응방식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유물"이라며 "서체, 형태 재질, 주물방식 등 대한제국 이전 고종 대 국새제작 방식이 담겨진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알려진 유물이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새 대군주보 뒷면에는 'W B. Tom'이라는 영문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기증자에 따르면 경매 사이트 구매 당시부터 음각돼 있었다고 전했다. 1910년 경술국치와 6.25 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해외에 밀반출된 후 소장했던 외국인이 이름을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지정 예고된 '국새 제고지보' '국새 칙명지보' '국새 대원수보'는 모두 대한제국기(1897~1910)에 제작된 것이다. 해당 국새들은 한일강제병합이 이루어진 6개월 후인 1911년 3월 조선 총독부에 인계됐다.
당시 천황의 진상품으로 바쳐져 일본 궁내청으로 들어갔던 국새들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8월15일 미군정을 거쳐 모두 총무처(1940~1960년대 국무총리 소속 아래 설치됐던 중앙행정기관)에 인계됐다. 당시 미군정으로부터 환수받은 국새는 총 6과였는데 1949년 총무처 주관으로 특별전에서 공개된 후 6?25 전쟁 사이에 모두 유실됐다. 그러다 1954년 경남도청 금고에서 '제고지보' '대원수보' '칙명지보' 3과가 극적으로 발견돼 그 해 국립박물관으로 이관됐다.
문화재청은 "대한제국 국새 3과는 <대례의궤> 등 관련 문헌에 형태와 재료, 치수 등이 상세히 수록됐고, 당시 발행된 공식문서에 실제 사용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며 "외세로 인해 혼란했던 시기에 국가 운명과 수난을 함께 겪은 역사상징물이자 희소성이 크다"고 보물 지정 가치를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들 국새 4과를 보물로 지정한다.
국새 대군주보 옆면. 사진/문화재청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