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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동학개미 표심잡아라"…동학개미의 세력화
입력 : 2021-07-05 오전 6:00:00
동학개미, 작년 코로나로 인한 급락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에 맞서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방어했던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신조어로, 폭넓게 '소액 개인투자자' 정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기관과 함께 투자 주체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나, 사실상 거대 자금을 운용하는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평가를 '코로나 이전'까지 받아온 존재였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요.
 
하지만 동학개미의 정의가 단순히 외국인·기관과 같은 투자 주체의 한 분류로서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경제적 권리를 쟁취하며 적극적 자산형성에 나서는 깨어있는 서민' 내지는 '몸집 큰 외자와 기관 등에 맞서 부조리한 자본시장 제도를 바로잡고 시장의 공정성을 바로잡고자 하는 시민' 정도의 의미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충분히 표심을 탐낼 만한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동학개미들의 '업적'은 눈부셨습니다. 공매도 재개 일정을 두번이나 미루게끔 했고, 공모주 청약 제도도 개인들에게 더 많은 물량이 돌아가도록 개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주주 요건 완화'를 철회시켜 2017년에 만든 세제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자본시장이 후보들의 주요한 발언 무대로 떠오르는 이례적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대선 출마 및 단일화 선언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임기 내 거래소를 방문한 적이 없었습니다. 거래소에 출입하는 증권부 기자들은 이들의 이례적 행보에 의아해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공매도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 집단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좌담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다른 대선주자들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합니다.
 
소통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국민의 자산 형성에 자본시장이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이 되도록 정치권은 동학개미와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우려도 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의견을 바탕으로 심층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자본시장 제도 영역에서 정치권이 여론을 더 신경쓴다면 굵직한 정책들이 표심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의 행보가 포퓰리즘에 그치지 않고 심층적인 고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감시하는 일도 동학개미의 일이 될 것입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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