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북한이 젊은층의 남한식 언행과 옷차림을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남한의 문화를 극도로 경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당국은 청년의 옷차림과 남한식 말투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단속하는 '남한식 말투'에 대해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고 '여보'라고 불러야 하고 '남친'은 '남동무', '쪽팔린다'는 '창피하다', '글구'는 '그리고'로 써야 한다"며 "남쪽 언어를 쓰는 사람은 혁명의 원수라고 규정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남쪽의 옷차림, 길거리에서의 포옹 등도 청년층의 일탈행위이자 단속 대상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까지 통제에 나선 것은 젊은층이 남측 문화에 익숙해지고 사상 이완 현상이 심화할 경우 자칫 체제 붕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추측된다.
하 의원은 "비사회주의 행동 단속에 걸리는 연령대 중 80%가 10대부터 30대, 우리로 치면 MZ세대"라며 "북한판 MZ세대가 '동유럽 (혁명 당시) 배신자'와 같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동유럽 붕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청년들이 자본주의문물에 물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왔다
최근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수호전'을 내걸고 한층 엄격하게 남한식 문화 단속에 나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직접 청년들의 사상통제를 "최중대사"라고 언급하고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 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 문물을 접하는 것을 차단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평양에서 신랑신부가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