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예비경선 과정에서 안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네거티브 공세 없이 국가 비전으로 승부를 본다면 여권 대선 레이스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여론조사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전 대표는 18.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보다 5.9%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29.9%)과 이재명 지사(26.9%)의 양강구도 체제가 아직 공고하지만 이 전 대표 지지율이 급등세를 나타낸 것은 이번 조사가 처음이다. 범 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로만 놓고 보면 이 지사(29.7%)와 이 전 대표(20.6%)의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이전까지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대 초반대에서 크게 반등하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같은 여론조사·의뢰자 주체의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5월17일 기준 9.2%(유권자 1004명, 95% 신뢰수준, ±3.1%포인트), 6월14일 기준 12.6%(유권자 1007명, 95% 신뢰수준, ±3.1%포인트)였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지지율이 10% 후반대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4차례의 티비토론, 국민면접, 정책언팩쇼 등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그의 풍부한 정치경험,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 안정적인 토론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이 지사가 여배우와의 스캔들 공세에 시달릴 때 반사이익을 누리며 본경선에 안정적으로 진출했다.
이 전 대표 캠프 측에선 특별한 전략이나 계기가 있어 올라간 것이라기보다 상승 흐름을 탄 것으로 평가했다. 캠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티비토론을 거치면서 다양한 국정경험을 가지고 위기를 잘 극복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국민들이 선택하신 것"이라며 "대한민국 위상이 대외적으로 높아졌는데 그 격에 맞는 지도자상을 머리에 그리신 것 같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전 대표가 예비경선 토론 과정에서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친문과 대립각을 세우지도 않은 데다 이 지사에게 등을 돌린 친문이 지지할 수밖에 없는 잡음 없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토론과정에서 이 지사는 자신의 고유 색깔이 옅어진 반면 이 전 대표는 국민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주효했다"고 평했다.
다만,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검찰총장과 이 지사의 양강구도를 무너뜨리는 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이 정치평론가는 "네거티브는 옛날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에 비전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의 화두는 양극화 관련한 중산층 문제인데 이 전 대표만 중산층 문제를 꺼냈고 이는 중도층까지 움직일 수 있는 이슈여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12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