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열흘째 1000명을 넘어서면서 경기재개(리오프닝) 기대감을 높였던 유통, 여행, 의류 등 내수소비재들의 투심이 꺾였다.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8~9월 백신 접종률 확대를 고려하면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경기소비지수와 생활소비, 유통 지수가 모두 코스피 대비 큰 폭 하락했다. 이달 코스피는 0.60% 하락했는데, 코스피200 경기소비와 생활소비지수는 각각 3.14%, 1.38%내렸다. 유통지수도 1.57% 하락했다.
이 같은 소비재들의 주가하락세는 델타 변이 등 불확실성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고단계인 4단계까지 격상됐으며, 부산시는 19일부터 현재 2단계 방역수칙 하에 일부 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를 결정했다.
특히 유통 업체들의 경우 대형유통시설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일 기준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강서구 이마트 가양점 등 시내 주요 백화점과 마트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60명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언제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선 이번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시작되면서 여행·레저 분야의 지출이 크게 줄었는데, 사라진 지출 중 상당수가 소비재 구매에 사용될 것이란 판단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코로나19로 글로벌 레저관광산업 지출이 전년 대비 약 2800조원 줄었고 특히 여행산업의 감소가 컸다”며 “사라진 지출은 일차적으로 저축·투자에 몰렸을 것이며, 그 외에 다양한 내구소비재 및 사치재로 소비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경우 2020년 저축률이 11.9%로 전년도(6.9%) 대비 5%포인트 올랐고,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의 저축률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 저축률이 20.7%까지 치솟았다.
반면 코로나19 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들면서 노트북, TV 등 가전제품과 명품 판매량이 급반등했다. 글로벌 TV 판매량은 2020년 3분기부터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호황을 보였으며, 2021년 3월과 4월 국내 명품 매출액은 전년 대비 각각 89.0%, 57.5% 급증했다.
명품 소비 확대에 맞춰 유통기업들도 실적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가 내구재 수요 호조(가전·가구·명품)와 외부활동 재개로 인한 패션·잡화 수요 회복 덕분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백화점과 면세점의 2분기 실적이 큰 폭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신라(008770)의 경우 면세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대백화점과 롯데쇼핑의 경우 전년보다 각각 580%, 68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 역시 2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윤혁진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사라진 레저관광 지출은 리오픈 이후 보복 심리를 바탕으로 더 큰 수요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2022년 이후의 글로벌 여행, 명품 등의 시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유통시설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