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10개월 넘게 국회 계류 상태에 빠졌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 조항과 다른 앱 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금지 등 구글의 '갑질'을 막을 조항이 담겼다. 쟁점이 됐던 동등접근권은 빠진 상태다. 남은 관문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20일 안건조정위 3차 회의와 전체회의를 열고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또는 구글 갑질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와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 모두 불참했다. TBS 감사원 감사청구 문제로 야당 과방위 의원들은 현재 국회 모든 일정에 보이콧 중이다.
특정 결제수단 강제 등 금지행위 담아…'동등접근권'은 처리 유보
이날 처리된 법안은 구글이 자사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앱)에 내부 결제 시스템인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자(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 △다른 앱 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금지 △앱 심사 지연 행위 금지 △앱 삭제 행위 금지 △그 밖에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금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앱마켓 실태조사 실시 등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 3차 회의. 사진/공동취재사진
최대 쟁점이었던 '동등접근권' 문제는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안에 담긴 동등접근권은 앱 개발자에게 모든 앱마켓에 앱을 등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안건조정위에서 의원들은 동등접근권이 중소 앱 개발사에 추가 개발 비용 등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어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원스토어'에 특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다만, 동등접근권이 소비자 편익 증진 측면도 있다는 무소속 양정숙 의원의 제안에 따라 이를 폐기하지는 않고 법안소위로 돌려보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방통위 간의 중복 규제 문제는 법 집행 과정에서 두 부처가 협의해 진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분야는 매우 특수한 플랫폼 사업자에 의한 새로운 횡포"라며 "통상적인 공정거래법에서의 접근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전문적·기술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업계 환영 "국내 스타트업·콘텐츠 산업 미래에 큰 위협 요인 해소"
장기간 출구가 보이지 않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상임위 통과 소식에 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모습이다.
중소 앱 개발사를 다수 회원사로 두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법안이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되자 "앱마켓 강제 정책에 신음하던 스타트업계가 개정안 통과로 큰 힘을 얻었다"며 "우리 국회가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 잡고, 국내 스타트업과 콘텐츠 산업의 미래에 큰 위협 요인을 해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앱 개발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던 동등접근권까지 제외된 점도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구글 갑질방지법과 콘텐츠 동등접근권이 같이 묶여 이야기되는 것은 옳지 않기에 일단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이 처리되기를 희망했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인앱결제 정책 변경 시일 6개월 연기 옵션이 법안 제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서 회장은 "구글이 계속해서 변수가 되는 내용을 발표해왔는데, 사실상 명확한 내용도 아니고 조건이 달린 내용이기에 그런 부분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고 받을 이유도 없다"며 "구글의 연장 발표 사안으로 상황 자체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고, 또 (국회가) 그렇게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오는 8월 중순 열린 결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여당은 해당 법안이 다루는 '금지행위'가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기 때문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설명한다. 정부의 앱마켓 실태조사만 시행령 등 정비를 위해 공포 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법사위가 22일 10시로 예정돼 있는데 숙려기간을 고려하면 당장 법사위에 올라가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설사 8월 국회에서 통과돼도 금지행위와 관련된 공포 직후 시행이라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