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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 유해…사후 200여년만에 발견
전북 완주서 윤지충·권상연·윤지헌 유해 확인
입력 : 2021-09-01 오후 3:40:15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된 복자(福者)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이어진 박해로 순교한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가 사후 200여년 만에 발견됐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1일 교구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에 있는 초남이성지의 바우배기에서 성역화 작업을 하던 중 순교자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물이 출토됐다”면서 “유물을 연구하고, 유해를 면밀하게 검사한 결과 세 복자의 유해로 판명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3호 유해(복자 권상연 야고보)의 골반골·5호 유해(복자 윤지충 바오로) 다섯째 목뼈 예기 손상·8호 유해(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양쪽 위 팔뼈(상완골) 예기 손상 모습. 사진/천주교전주교구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는 1791년 신해박해 때 전주 남문밖(전동성당 터)에서 참수됐다. 당시 윤지충의 나이 32세, 권상연은 40세였다. 두 사람은 조선교회에 내려진 제사 금지령을 따르고자 신주를 불태우고, 천주교식 장례를 치렀다가 모진 고문 끝에 죽임을 당했다.
 
이들은 신앙을 지키고자 목숨을 내놓은 한국 천주교회 첫 순교자로 기록됐다.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윤지충 바오로의 동생이다. 형이 순교한 10년 뒤인 1801년 신유박해 때 능지처참형을 받고 순교했다. 세 사람 모두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됐다.
 
세 복자의 유해가 발견된 곳은 또 다른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가족이 1914년 치명자산성지로 이전하기 전까지 묻혀 있던 곳이다. 전주교구는 이곳을 성역화하는 작업 과정에서 무연고분묘를 개장하다 유해와 함께 ‘백자사발지석’을 발견했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인적 사항이나 무덤 소재를 기록한 것을 말한다.
 
전주교구는 “전문가에 의뢰해 백자사발지석의 명문을 판독한 결과 각각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의 인적 사항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또 묘지와 출토물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통해서도 묘소 조성 연대, 출토물의 연대가 두 복자가 순교한 1791년과 시기가 부합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초남이성지 순교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 사진/천주교전주교구
 
두 유해에 대해 성별검사, 치아와 골화도를 통한 연령검사 및 해부학적 조사, 와이(Y)염색체 부계 확인검사(Y-STR)를 진행해 각각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의 유해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른 묘지의 유해는 윤지충 바오로 유해와 해부학적으로 유사했는데, 사료 검토, 유해 정밀 감식 등을 거쳐 윤지헌 프란치스코와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주교구는 세 순교자의 유해가 천주교를 넘어 조선 시대 형벌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 문화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담화문에서 "유해 발견은 실로 놀라운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 삼아 성장해온 우리 교회가 순교역사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들의 유해를 비로소 찾았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바우배기 순교자 묘지 위치. 사진/천주교 전주교구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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