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구 단계에만 머물렀던 mRNA 백신이 처음 탄생한 데 이어 다른 플랫폼을 통한 제품화와 투여 방식 변경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8월 코로나19 DNA 백신 '자이코브-디(ZyCoV-D)'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자이코브-디는 아스트라제네카·얀센(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화이자·모더나(mRNA) 백신과 달리 DNA 플랫폼으로 개발된 백신이다.
DNA 백신은 항원 단백질의 유전자를 가진 DNA를 활용하는 원리다. 몸속 세포에서 가공돼 세포의 표면으로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 감염을 예방한다.
그동안 DNA 백신은 mRNA 백신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단계에만 머물렀다. 특히 DNA 백신은 동물용으로 개발된 사례는 많았으나 사람에게 쓰이는 것은 이번 인도 긴급사용승인이 처음이다.
DNA 백신 중에서도 자이코브-디는 투여 방식이 다른 점이 특징이다. 국내외에서 임상시험 중인 DNA 백신들은 대부분 근육주사를 통해 투여된다. 반면 자이코브-디는 고속분사 주사 시스템을 활용해 바늘 없이도 접종할 수 있다.
고속분사 주사 시스템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덜한 통증이다. 일반적으로 DNA 백신은 세포 안으로 병원체의 DNA가 잘 전달되지 않아 전기천공기를 써야 한다. 세포에 전기 자극을 주면서 작은 구멍을 내면 이 안에 병원체 DNA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다만, 전기 자극으로 인한 통증은 감수해야 한다. 자이코브-디는 전기천공기를 사용하지 않아 통증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방효과는 약 67%로 기대만큼 높지 않지만 임상 당시 환경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이코브-디 임상 3상은 2만8000명을 대상으로 인도에서 치러졌는데, 당시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현지 확진자가 폭증할 때였다.
국내 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관계자는 "전 세계 1호 DNA 백신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는데 예방효과가 67%로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라면서도 "당시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던 시기였고 인도의 백신 제조 관련 기술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신의 질 자체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백신으로는 마이크로 니들 형태도 개발되고 있다. 미세한 침들이 박힌 반창고 형태의 패치를 피부에 붙여 접종하는 방식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통합암센터와 스탠퍼드대 공동연구팀은 마이크로 니들을 부착하는 방식의 mRNA 백신 접종 상용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 근육주사 대비 약물 전달률이 10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연구 초기 단계라 향후 나올 결과들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먹는 형태의 경구용 코로나19 백신 임상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업체 백스아트는 경구용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도 알약 형태의 백신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경구용 백신의 장점은 운송과 보관이 편리하다는 점이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냉동 보관한 뒤 해동하는 과정이 필요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와 달리 경구용 백신은 보관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저개발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새로 개발되는 백신이 앞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천 교수는 "이미 백신 접종이 이뤄진 상황이라면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을 때 그에 맞는 백신을 접종해야 할 것"이라며 "백신 개발이 꾸준히 진행돼 기술이 축적되면 가장 최근에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맞는 백신을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