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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빈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큼 흔한 질병이다. 특히 철결핍성 빈혈은 성장기 아이들이나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일상에서 흔하게 나타나 비교적 덜 위험하다는 인식과 달리 빈혈은 중대질환으로 발전하기 전 미리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어 원인 질환을 찾아내고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빈혈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철결핍성 빈혈 환자는 총 36만705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환자가 29만1794명으로 약 80%를 차지했다. 젊은 여성 환자가 많고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장노년층이거나 남성인 경우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김선숙 인천힘찬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젊은 여성이나 성장기 유아동, 청소년기의 철결핍성 빈혈은 체내에 필요한 철의 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종의 결핍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와 달리 성인 남성이나 완경기 여성, 60대 이상 노년층에게서 나타나는 빈혈은 간혹 다른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반드시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가장 흔하게 겪는 철결핍성 빈혈은 체내 저장된 철이 충분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철은 적혈구 내에 있는 혈색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철이 부족하면 적혈구 생성에 문제가 생긴다.
신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낮으면 저산소증을 비롯해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혈중 혈색소 농도로 진단하는데 성인 남성 13g/dL, 성인 여성 12g/dL, 임산부는 11g/dL미만일 때 해당된다.
철결핍성 빈혈은 영유아나 청소년, 임신과 수유기의 젊은 여성이 주로 겪는다. 성장과 임신 등으로 체내 철 요구량은 높은데 실제 섭취량이 부족하거나 위장기능이 저하돼 철분 흡수가 충분하지 않을 때 생긴다. 또 소화성 궤양, 월경 과다, 치질 등과 같은 출혈로 철 배설량이 증가해 발생하기도 한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대표적으로 호흡곤란, 두통, 피로감, 수면장애, 가슴통증,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빈혈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지럼증을 떠올리기 쉽지만 대부분은 이비인후과적 문제 때문이다. 빈혈이 원인인 경우는 5% 미만이다. 오히려 빈혈은 저산소증으로 인해 쉽게 숨이 차는 증상이 더 흔하다.
평소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뻐근하다면 빈혈 검사가 필요하다. 또 얼음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찾는 이들도 빈혈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철결핍성 빈혈 환자의 약 60.5%가 얼음 중독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의 완경기 여성, 60대 이상의 노년층, 성인 남성의 빈혈은 단순히 철분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 질환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콩팥병, 류머티즘 관절염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자가면역 질환인 루푸스, 하시모토 갑상선염, 림프구 백혈병, 골수 조혈 기능 이상일 때도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적혈구의 생성 속도보다 유실 속도가 빨라서 혈관 내 혈액량이 줄어들거나 림프구 백혈병, 루푸스가 생겼을 경우 용혈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또 골수의 조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코피나 잇몸 출혈, 생리 과다 등 출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생불량성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철분이 아니라 B12나 엽산이 결핍되면 흔히 악성빈혈로 불리는 거대적아구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식습관의 변화로 철분 결핍이 생겨 빈혈 환자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적색육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닭고기를 대신 먹고 저탄수화물 식단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철분이 가미된 영양 강화(fortified) 곡물과 시리얼 섭취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밖에도 하시모토 갑상선염, 위절제술, 췌장절제술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빈혈의 종류가 다양하고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지므로 단순히 어지럽다고 해서 정확한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검사는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가임기 여성과 영양 섭취가 부족한 60대 이상의 노년층, 장내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장질환자 등은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빈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김선숙 과장은 "간혹 빈혈이 의심된다고 임의로 철분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체에 필요한 수준보다 더 많은 철분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몸의 여러 조직 안에 축적된다"라며 "췌장, 생식선, 갑상선, 뇌하수체 등의 내분비기관이나 심장과 간 등에 축적되면 증상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빈혈의 원인이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중대 질병이라면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정확한 검사 후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